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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브루스 베넷 박사] “북한, 올해 도발 수위 낮출 것”


남쪽을 주시하는 판문점의 북한 경비병
남쪽을 주시하는 판문점의 북한 경비병

2011년 한 해도 한반도는 격동의 시기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새해를 맞아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 박사로부터 한반도 군사 문제에 관한 전망을 들어봅니다.

문) 베넷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해는 북한의 잇따른 군사 도발로 한반도 군사 문제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특히 어떤 군사 현안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답) 북한과 관련한 군사현안은 먼저 정치적 측면을 살펴봐야 합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 모두 북한 정권이 힘을 과시하고 권력 승계를 강화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연평도 사건 이후에 한국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강하게 반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반북 분위기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추가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점도 예상치 못한 결과일 거구요. 북한이 내부 불안정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군사 도발을 할 필요가 계속 있지만 좀 더 신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도발로 한국이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더 가까워진 것은 북한 측이 절대 바라는 바가 아니었을 겁니다.

문) 북한이 좀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답) 올해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우선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 카드를 뽑아들 겁니다. 지난 해에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통해 전쟁행위라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이미 넘었기 때문에 올해는 이보다 더 안전한 예전 형태의 도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을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된 한국 국민들이 이런 도발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지도 흥미있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문) 한국의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비대칭 전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북한이 만약 올해도 전쟁행위에 해당하는 도발을 계속하기로 작정한다면 특수부대를 동원한 작전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90년대에도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한국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한 정보수집 작전을 벌이거나 실제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신중한 자세로 돌아설 것이냐 인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북한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겁니다. 김 위원장이 1~2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 북한의 선제공격이 있을 경우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한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북한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답) 물론입니다. 북한은 한국이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군사적 피해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한국의 군사행동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이 두려운 거죠. 북한 정권이 힘을 과시하고 지도력을 유지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보복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면전으로 갈 수도 있는 거죠. 북한의 도발 목적은 결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내부결속을 다지고 대외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도발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으로서는 한국의 보복공격을 그냥 당하고만 있는 것도 국내정치적으로 매우 우려스런 상황입니다.

문)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뒤에 한국은 군 지휘체계를 개혁하고 서북 도서에 무기를 증강 배치했습니다. 이런 대응 과정에서 미군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답)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미국과 한국은 한미연합사령부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계획을 논의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역할은 평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국 군이 주로 해왔지만 미국과 한국의 계획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부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해에서 남북간에 교전이 발생하면 주한 미 공군이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겁니다.

문) 지금까지 북한의 전면전 감행을 막는 군사 억제력은 잘 작동해왔지만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는데는 완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재래식 대북 억제력이 어떤 식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신임 국방장관도 이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운용하기로 한 확장억제위원회도 핵 억제력에만 국한하지 않고 재래식 억제력도 다룰 예정입니다. 북한의 도발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거죠. 문제는 북한이 내부 불안정을 관리하기 위해 도발을 활용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권력 승계 측면에서 북한의 체제 안정을 위협하는 압력이 지나치게 커질 위험이 있습니다.

문) 지금 말씀은 대북 군사 억제에 정치적 요소도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으로 들리는데요?

답) 물론입니다. 북한의 도발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체제 불안정 압력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방법은 이명박 대통령이 거론했던 대북 협상이 될 수도 있고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는 식량 지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건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서방 언론을 통해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분쟁지역으로 비춰지게 했다는 것일 텐데요. 올해 서해 북방한계선과 관련해서 어떤 현안들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십니까?

답) 북한은 올해도 계속해서 서해 북방한계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북 도서에서 한국인들을 몰아내고 싶겠죠. 남북간의 서해 경계선을 변경할 수만 있다면 북한에게는 굉장한 승리일 겁니다. 다만 북한이 얼마나 강하게 서해 북방한계선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이 문제는 서방 언론에서도 다뤄졌습니다만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은 변경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장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이 같은 공조가 계속돼야 합니다.

문) 베넷 박사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자: 2011년 새해를 맞아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드리는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오늘은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 박사였습니다. 인터뷰에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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