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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 대북 물품 살포 … 심리전 강화


한국 군 당국이 지난 2004년 이후 중단했던 대북 물품 살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또 연평도 사건 이후 북한에 살포하고 있는 전단에 중동의 민주화 시위 내용을 싣는 등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이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7년 만에 대북 물품 살포를 재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선 의원은 25일 최근 국방부로부터 받은 ‘대북 심리전 현황’ 자료의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송 의원 측에 따르면 한국 군은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각종 일용품 1만 여 점을 북한에 살포했습니다.

구체적으론 치약 칫솔 비누 화장지 등 실용품 14종, 속옷 모자 장갑 등 의류 10종, 소화제 감기약 연고 소독약 등 의약품 8종, 볼펜 연필 지우개 등 학용품 4종, 일회용 밥인 햇반 등 식료품과 라디오 등으로 모두 약 6억2천만원어치입니다.

대북 물품 살포는 전임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회담 이후 중단된 바 있습니다.

물품은 기구에 타이머를 장착한 바구니를 매달아 특정 지역에 떨어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살포됐습니다.

또 물품 표면에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군입니다. 이 식품은 먹어도 안전합니다. 의심스러우면 가축에게 먼저 먹여보고 드셔도 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지난 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최근까지 전단지 300여 만장을 북한에 뿌렸습니다.

대북 전단지에는 특히 최근 발생한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의 민주화 시위 내용도 상세하게 담겨 있다고 송 의원 측은 전했습니다.

송 의원은 “북한 주민들의 민심이반 현상이 독재정권을 지탱해 온 이집트와 리비아의 ‘민주화 물결’처럼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다”며 “군 당국은 물론 한국 내 민간단체와 국제단체 등도 이 활동에 참여해 대북 심리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중동 시위사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단계는 아니지만 외부 소식을 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액트]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속속들이는 모르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을 갖고 소식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높여가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북 심리전은 지난 해 천안함 사태로 한국 정부 안팎에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고, 연평도 도발 이후 실행에 옮겨지면서 현재까지 꾸준히 강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대북 심리전이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대북 심리전이 강화되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의 김진무 박사는 대북 심리전이 오히려 남북대화에서 한국에 유리한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뭔가 협상력을 키워주는 카드를 갖고 있어야 되는데 카드란 측면에서 보면 이게 한국 정부가 갖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지 않겠어요.”

한국 정부 안팎에선 북한 내 컴퓨터 보급이 늘면서 북한 주민 사이에 CD와 DVD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나 가요 등을 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탈북자들의 증언 등으로 미뤄 대북 심리전의 효과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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