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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지난해 탈북자 망명 허용 없어


영국 정부가 지난해 탈북자에 대한 망명을 전혀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국 내무부는 1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보낸 망명 현황 자료에서 2010년에 신규 망명 신청자 35명 등 탈북자 100명에 대한 망명을 심의했지만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지난 2007년에 135명, 2008년에 170명의 탈북자에게 망명을 허용했었습니다. 영국은 또 지난해 한국 국적자 5명의 망명 신청을 접수했지만 역시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호주 이민국은 2002년부터 지난 1월말까지 탈북자 16명에게 합법적으로 국내에 거주할 수 있는 체류비자를 발급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럼 여기서 두 나라의 통계를 취재한 김영권 기자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과 배경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영국은 그 동안 탈북자들의 망명 지역으로 인기가 높지 않았습니까? (네) 그런데 1-2년 사이에 상황이 크게 바뀐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영국 내무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2004년에 탈북자 5명에게 망명 지위를 허용한 이후 2005년 5명, 2006년 15명, 2007년 135명, 2008년 170명에게 역시 망명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에는 잠정적으로 5명에게 망명을 허용했고, 작년에는 전혀 망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문) 망명 허용 규모가 이렇게 급작스레 바뀐 이유가 뭔가요?

답) 영국 내무부는 정책상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관련 소식통들은 모두 탈북자들의 위장 망명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위장 망명이란 게 뭡니까?

답) 망명은 정치적, 혹은 종교, 인종 등 여러 이유로 조국에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에게 체류 지위를 인정하는 겁니다. 위장망명은 말 그대로 박해를 받지 않는 상황인데도 신분을 속이거나 위장해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문) 그럼 영국이 망명을 거부한 탈북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자들이 아니란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영국 내무부는 북한인 망명자료에 덧붙인 부연 설명에서 신변이 안전한 제3국을 출발해 영국에 도착했거나 특정 기간 안에 망명 주장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망명을 거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풀어보면 망명 신청자 대개는 중국 등 제3국에서 천신만고 끝에 영국에 도착한 순수한 탈북자들이 아니란 얘기죠.

문) 저희가 과거 한국에 정착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이 유럽으로 이동해 망명을 시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해 드렸었는데, 바로 그런 경우를 말하는 것 같군요

답) 맞습니다. 저희가 2007년에 영국 현지 취재를 통해 만난 탈북자 망명 신청자 대부분 역시 한국 국적을 취득했던 탈북자들이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지난해 한 국회의원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문) 어떤 문제들을 제기한 거죠?

답) 집권당인 한나라당 소속 홍정욱 의원은 외교통상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가운데 적어도 70 퍼센트가 한국 국적자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망명이 거부된 탈북자 5백 명을 데려가라고 2009년부터 여러 차례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한국 정부가 좀 난감했겠군요.

답) 네, 게다가 영국 정부는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지문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장망명 여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거죠.

문) 지금까지 총 몇 명의 탈북자들이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나요?

답)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70명이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이는 개인별 신청 건수 이기 때문에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합하면 1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망명이 거부됐거나 추방 명령을 받은 탈북자들이 독일과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로 이동해 다시 망명을 신청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르웨이 당국은 2년 전 탈북 망명 신청자 수십 명의 소지품을 조사해 한국 여권과 주민등록증 소지자들을 적발해 한국 국적자란 자백을 받았다고 한국 외교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한국에서 국적까지 취득한 탈북자들이 왜 이렇게 신분을 위장해 영국 등 유럽으로 떠나는 겁니까?

답) 저희가 영국 현지에서 만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본 결과 여러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의 경우 대학에서 영어 공부가 너무 힘들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왔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한국 사회의 냉대와 차별이 심해 왔다는 탈북자들, 특히 같은 민족에게서 탈북자라고 차별 받기 보다 차라리 외국에서 아시안으로 사는 게 낫기 때문에 왔다는 사람들, 한국에서 사기와 범죄를 저지른 뒤 도주한 사람들, 자녀 교육 때문에 왔다는 사람들 등 여러 부류가 있었습니다.

문) 이런 위장 탈북자들 때문에 순수한 탈북자들까지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좀 우려도 되네요.

답) 일각에서 그러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한국의 탈북 단체 관계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 편견이 있고, 문화적 충격 등 적응에 어려움도 있지만 대체로 많은 탈북자들이 성실히 적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들의 도움에 너무 의존적이거나 공짜에 익숙한 일부 탈북자들이 쉽게 좌절하거나 불만을 토로하고 다시 외국에 가서 탈북자들 망신을 시키고 있다는 거죠.

문) 그렇군요.

답) 특히 한국의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제3국 내 탈북자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 단체 간부는 그러나 여러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탈북자에게 국적을 자동으로 부여하고 정착금과 장려금, 임대아파트 제공 뿐아니라 대학 학비를 전액 면제해 주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는 점을 제3국 내 탈북자들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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