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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종연구소 양운철 박사] “북한 신흥부유층 ‘돈주’가 정부 사업 간여”


문) 먼저 이번 조사가 어떤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어떤 규모로 이루어진 겁니까?

답) 탈북자 조사는 사실 북한 연구자라면 계속 하고 있는 건데, 개인적으로 1년 간 미국을 갔다 오고 하니까 감각이 떨어져서 작년 8월부터 매주 몇 명씩 했어요. 그래서 올 3월 정도까지 해서 많은 사람을 했는데 그 중에 특히 연구에 도움이 되는, 이른바 중국을 잠깐 경유하고 온 사람들. 탈북자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한 사람은 중국에서 오래 체류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재정적인 이유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빨리 못 오는 사람 대신에 중국을 금방 경유해서 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약 40명 정도 한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이 사람들이 아무래도 최신 정보를, 정보라는 것이 물론 생활상인데. 그런 것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문) 그렇죠. 아무래도 최근 내용을 들어볼 수 있으셨을 것 같은데, 제가 보고서를 보니까 탈북자들의 탈북 동기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좀 설명해 주시죠?

답)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탈북이라는 것이 옛날엔 자유를 찾아서 하는 동기가 많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경제난이 있었지만, 넘어오는 사람들의 주장은, 진위 여부는 분명하게 잘 알 수 없지만, ‘자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 왔다’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최근에 오는 사람은 그런 것을 심지어 본인들도 말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너무 힘들어서 왔다’, ‘한국이 잘 살아서 왔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서요. 제가 볼 때 그 사람들이 대부분 돈이 없으니까 여기에 와서, 한국 와서 정착이 되면은 통일부에서 나오는 정착금 같은 것을 갖고 비용을 감당하는, 그런 불법 이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겠죠.

문) 그러니까 한국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로도 더 늘어난 거죠?

답) 그렇죠. 물론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알고 있지만 최근에 많이 보도된 것처럼 한국 드라마 같은 것을 녹화해서 많이 보다 보니까요. 또 놀랍게도 아주 한국과의 접촉이 힘든 황해도라든가 강원도 같은 곳에서도 다 알고 있다는 건데요. 물론 일부를 조사한 것이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있단 얘긴 제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문) 보고서 내용 중에, 장마당 활성화로 국영 상점들의 사정이 어려워진 데 대해서도 길게 분석하고 계신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고, 또 이러한 현상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위협할 정도도 되는지 말씀해 주시죠.

답) 원래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것이, 국가가 배급을 하다 보니까 모든 사람들의, 또 소비자의 필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흔히 우리가 사회주의 시장 계획 경제는 ‘부족의 경제’라고 말을 하는데. 북한 같은 경우엔 특히 경제 생산이 저조하다 보니까 물건이 많이 부족한 데다가, 경제난을 타개하려고 2002년도에 7일 경제 개선조치를 해서 어느 정도 임금과 물가 같은 것을 현실화시키다 보니 결국에는 돈이 장마당으로 몰리는, 다른 말로 하면 국가가 계획하는 상품은 경쟁력을 잃은, 일종의 북한 정부가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국제적인 압박과 자연재해, 이런 것들을 거치면서 북한의 통계를 보면 북한의 예산이 거의 10년 동안 8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니까 국가 예산이 대폭 줄고, 국가가 모든 것을 경영하는 사회에서 그것을 결국 시장이 대체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다 보니까 더욱 더 사람들은 시장에서 소비를 하게 되고, 당연히 국가 상점에는 물건도 없을 뿐 더러 물품이 경쟁이 안 되다 보니까, 계속해서 돈이 국가로 들어가지 못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 거죠.

문) 조사를 하시면서 탈북자들로부터 장마당을 둘러싼 국가 기관원들의 부패상에 대해서도 들으신 내용도 보고서에 들어있는데요. 실태가 어떻던가요?

답) 잘 아시는 것처럼 북한 정부는 가능하면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국가의 능력이 안 되니까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서 장마당을 허용했고, 그것이 활성화되다 보니까 어떤 때는 막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제한을 했는데요. 문제는 장마당이라는 것이 단순히 주민들의 삶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북한의 관리들에게도 상당한 돈을 제공하고 있다는 거죠. 장세를 받는다던가 뇌물을 받는다던가 등등 하다 보니까 결국 장마당을 없앨 수가 없는 거죠. 없앤다고 할 경우에는 북한의, 실질적으로 주민들을 감시하고 독려하는 기관원들의 수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결국 그것이 허용되는 겁니다. 물론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북한 정부의 재정 능력에 한계가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 보고서 내용 중에 또 흥미로운 것이요. 일명 북한에서 ‘돈주’로 불리는 신흥 부유층이 국가 사업에 관여를 하고 또 국가 자산을 착복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을 좀 설명해주시죠. 돈주가 어떻게 생긴 계층이고 또 어떤 국가 사업에 이들이 진출을 해 있는 겁니까?

답) 결국 계획경제가 작용을 못 하다 보니까요. 예를 들면 공공재를 봤을 때, 버스라던가 은행 같은 것, 기차 같은 것이 다 안 오고. 그러면은 결국 사람들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고, 이 사람들이 결국 운영권을 갖게 되는 겁니다. 원래는 다 불법이지만, 뇌물을 통하거나, 지위를 통하거나 해서 상당히 권력층과 가까운 사람들, 또 일부는 권력층에 속한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하는 것인데요. 하는 형식은 전부 국영입니다.

문) 화폐 개혁도 그렇고 북한 정부의 여러 단속 조치들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돈주들, 장마당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역할이 이제는 굉장히 커진 거군요?

답) 그렇죠. 그것이 없으면 국가가 운영될 수가 없고요. 그런데 이제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도 사실 보면 거의 시장의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사실은 계획경제를 보충하는 형식인데. 북한 같은 경우에는 워낙 완강하게 그런 것을 공식적으로 부인을 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현상이 왔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세종연구소의 양운철 박사로부터 북한에서 장마당의 역할 등에 관한 보고서 내용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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