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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 필요성 공감


백두산 천지 (자료사진)
백두산 천지 (자료사진)

남북한은 오늘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열린 민간 전문가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공동연구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또 다음 달 전문가 회의를 다시 열자는 북측 제의에 한국 측도 곧 답을 주겠다고 밝혀 남북 당국간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질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민간 전문가 회의가 29일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렸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쯤까지 이어진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백두산 화산 문제에 대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또 북측은 다음달 초에 전문가 회의를 갖자고 제의했고 한국 측은 검토 후 빠른 시일 내에 답을 주기로 했습니다.

회의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주로 북측이 설명과 제안을 하고 한국 측은 이를 청취하며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회의가 끝난 뒤 도라산 출입사무소에서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측은 백두산 화산 활동에 대한 공동연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문가간 학술토론회를 진행하고 함께 현지조사하는 방식의 공동연구 방안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공동연구에 앞서 자료교환을 통한 사전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유 교수는 “북측이 백두산 화산 활동 가능성이나 구체적 징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하지만 한국 측 과학자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해당 지역의 훌륭한 자료를 북측이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회의 앞부분에 나눈 짤막한 환담을 통해 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북측 단장인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에서 지진이 있고 나서 지하수 관측공에서 물이 약 60 센티미터 출렁거리고 샘물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현상이 많았다”며 일본 대지진에 따른 영향들을 소개했습니다.

지진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에 대해서도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감시한다”며 한국 측 피해 상황을 묻기도 했습니다.

북측 대표단은 특히 자신들이 단순한 민간 전문가가 아니라 당국 대표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윤 단장은 자신이 화산연구소 부소장이자 지진국장을 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7일 바로 이 지진국장 명의로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협의를 하자고 한국의 기상청장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 사실상의 당국간 회담을 제안했다가 민간 전문가 협의를 갖자는 한국 측의 역제안을 받아들여 이번 회의가 열리게 됐습니다.

반면 한국 측은 민간 전문가 회의 성격을 강조했습니다. 수석대표인 유 교수를 포함해 김기영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 4명의 대표단은 모두 민간 전문가입니다.

한편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이번 협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우리가 비록 여러 가지 남북이 어려운 가운데에 있습니다만, 이런 전문가들의 협의라도 착실히 전개되는 것이 이 시점에선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 장관은 그러면서 “남북간 대화와 접촉을 여는 데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불안한 2보를 딛으려다가 2보, 3보 후퇴하기 보다는 어렵지만 의미 있는 1보 전진에 노력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혁명 성지로 삼고 있는 백두산의 화산 문제까지 남북 협의 대상으로 다루려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의 남북관계 개선 요구에 자신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실리를 얻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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