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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실무회담 의제 등 합의 못해


회담장으로 들어서는 리선권 (앞줄 오른쪽) 북한군 대좌와 실무대표단
회담장으로 들어서는 리선권 (앞줄 오른쪽) 북한군 대좌와 실무대표단

남북한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으로 8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 9시간에 걸쳐 마라톤 회담을 펼쳤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는 일단 실패했습니다. 고위급 회담에서 다룰 의제 문제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양측은 9일 다시 만나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실무회담 진행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남북한의 군사실무회담이 현재 끝난 상태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회담은 8일 오전 10시 판문점 한국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시작돼 저녁 7시10분에 마무리됐습니다. 9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이었습니다.

한국 측은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인 문상균 대령이, 북측은 리선권 대좌가 대표로 나왔습니다. 한국 측 문상균 대령은 회담에 앞서 평화의 집 로비에서 북측 리선권 대좌와 악수를 하면서 “오늘 잘 되겠죠”라고 인사말을 건넸고, 리 대좌도 “잘 되겠죠”라고 답했습니다. 양측은 회담 첫 머리에 날씨 이야기만 간단히 나누고 정치적 발언 없이 곧바로 고위급 회담 의제와 절차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회담은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된 10시54분 첫 정회를 하는 등 모두 3차례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습니다.

결국 양측은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하고 내일(9일) 오전 10시 역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문) 이번 실무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답) 네 이번 회담은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다룰 의제와 장소, 시기, 그리고 누가 수석대표가 될지 등 실무적이고 절차적인 문제를 다루는 예비회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의제 문제였습니다.

한국 측은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확약을 주 의제로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또 천안함 피격 사건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에 따라 북한의 소행임이 명백히 밝혀진 만큼 이에 대한 시인과 사과 그리고 책임자 처벌 등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북측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의제를 삼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의제에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도발에 대한 책임 문제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할 것과 한국 해군 함정들이 북측이 설정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그렇다면 한국 측은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가요?

답) 그렇진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실무회담이 절차와 의제를 결정하는, 말 그대로 실무회담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천안함 연평도 도발이 반드시 의제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주로 고위급 회담을 위한 실무적 논의를 했다”며 “한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남북 양측이 견해차를 보이는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답) 네 고위급 회담 대표의 급 문제도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고위급 회담 대표는 장군부터 장관까지 모두 해당된다”며 “북측이 내놓은 제안에 맞춰 적절한 직급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회담 전망이 어떻습니까?

답) 네 이번 회담은 지난 해 9월30일 판문점에서 열린 이후 4개월 여 만에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엔 고위급 회담 의제 문제로 정오가 되기 전에 일찌감치 끝났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북 핵 6자회담 재개와 연계해 남북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거센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1차 실무회담은 의제를 둘러싼 남북간의 기싸움 성격이 강하고, 앞으로 회담의 급이라든지 이런 문제를 조금 더 논의한 뒤에 고위급 군사회담은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오늘 회담에서 양측이 크게 싸우기 보다는 밀고당기기가 있었고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키는 데는 남북이 입장차이가 없다”고 말해 본회담 성사 의지가 양측에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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