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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노동당 선전 안믿어”


북한의 핵심 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이 10일로 창건 66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번 당 창건일은 지난 해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이래 처음 맞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노동당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경제난, 민심이반이라는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현실과 과제를 최원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지난 해 9월 44년만에 열린 당대표자회를 통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했습니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하는 한편 정치국과 중앙위원회, 비서국을 개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이 전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보고 내용입니다.

(김영남 목소리) “김일성 동지께서 창건하신 조선노동당은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의 영도 밑에 빛나는 전성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 군 장교 복무 중 지난 2005년 탈북한 김주일 씨는 노동당이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옛날의 위상을 다소 되찾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사회적으로 비춰지는 당원의 권력은 선군정치 이후 약해졌지만 작년 당대표자회를 통해 많이 명예회복을 했다고 할까…”

그러나 조지 워싱턴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노동당보다는 아직 군부의 입김이 강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김일성 주석 사망 이래 노동당은 갈수록 약해졌으나 군부의 권력은 선군정치 아래서 점차 강해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노동당보다는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 이른바 ‘신군부’를 중심으로 김정은 권력세습과 대남정책, 국내정책 등이 결정되고 추진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국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밝혔습니다.

“특히 정찰총국장 하는 김영철 같은 경우는 대남 강경책을 주도하면서, 그것이 단순히 군부 뿐만 아니라 대남, 대외 정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노동당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경제난 해결, 그리고 민심회복이라는 3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후계 문제와 관련, 노동당은 앞으로 2-3년 안에 군부를 장악하는 한편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후계자가 되는데 필요한 정치적 업적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후계자로 인정을 받을 수있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경제난도 큰 과제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물가난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외화난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당이 권위를 회복하려면 경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당 창건 기념일 10월10일을 맞아 술 몇 병 주고 계란이나 몇 알 주고 그러면 주민들이 당장 반길지 몰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먹이고 입히는 문제에 대해 노동당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의지를 보일 때, 주민들이 3대 세습을 반기지는 못해도 반대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대책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3대 세습은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민들의 민심을 다시 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노동당은 지난 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민생활을 돌보는 이른바 ‘어머니 당’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90년 후반 ‘고난의 행군’과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로 주민들은 노동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다시 탈북자 김주일 씨의 말입니다.

“과거에는 선전선동을 하면서 주민들의 배를 채워줬는데 지금은 배를 채워주지 못하면서 선전선동만 하니까 당을 사기꾼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자연 당의 영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죠.”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인 노동당이 후계체제와 경제난, 민심이반이라는 3중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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