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과 함께 김정일 정권의 붕괴 등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의 동아시아학회가 17일 워싱턴 시내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왔습니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이라는 제목의 이날 토론회에서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와 미 해군전쟁대학의 조너던 폴락 교수는 북한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북한이 갑작스런 붕괴가 아니라 조선왕조처럼 서서히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왕조는 16세기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군사력이 약해지고 경제적 기반을 잃어가면서 쇠퇴했는데 북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성윤 교수는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 후계 체제를 둘러싼 권력 내부의 암투, 또는 1960년대 남한처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성윤 교수는 또 지난 10년 간 북한사회가 여기저기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가 늘어나고 주민들이 외부 사정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이는 새로운 변화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화폐개혁 실패가 보여주듯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성윤 교수는 미국 정부가 김정일 정권의 붕괴 등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중국과 함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철수해, 중국으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점을 중국 수뇌부에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 해군전쟁대학의 조너선 폴락 교수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탈북자 증가와 외부정보 유입 등 북한 사회에 몇몇 변화의 조짐은 있지만, 아직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만한 큰 변화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폴락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폴락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2가지 상반된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북 안전보장과 외교관계 수립 등 정치적, 경제적 반대 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반면 북한은 이미 두 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한 핵 국가이기 때문에 남은 것은 대북 봉쇄와 압박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폴락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보다 창의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마련해 북한 핵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 등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사전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 내용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