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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에 정보전 통해 최고존엄 훼손 경고 보내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가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가 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제재, 무력 사용 등 기존의 대안들이 모두 한계를 보이자 대대적인 정보전을 통해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최고존엄’ 훼손에 대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지난 4일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에 흥미로운 글을 올렸습니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을 나열하면서 “무력 대응은 전쟁(위험), 외교는 북한 정권의 속임수, 제재는 (여전히) 시험 중에 있고, (대북 압박에 대한) 중국 의존은 살라미(소시지) 썰기” 즉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차 전 보좌관이 지적한 옵션들은 북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25년 간 되풀이 돼 온 대응 방안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접근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고도화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전직 고위 관리들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과 대화하는 게 “유일한 현실적 옵션”이라며 미-북 협상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핵 재앙을 막기 위해 의사 소통이 시급하며, 북한과 대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우선 동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부시 행정부에서 핵 프로그램 동결 등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VOA’에 이는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m not a supporter for freeze for freeze and I’m little worry about…”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동결로 바꾸면 북한에 호혜적 보상이 돌아갔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고, 당장 분위기를 개선하려고 동결 혹은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교환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인 `최대의 압박’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립니다.

북한이 유례없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고립 속에서도 계속 핵·미사일 능력을 진전시켰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현재의 대북 제재 수준은 이란과 시리아, 짐바브웨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수위를 훨씬 높이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도 꾸준합니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외원장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들에 대한 2차 제재,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 차단, 북한 항만회사 규제와 외국 항구 사용 금지 등 북한 수뇌부의 돈줄을 막을 방안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이스 위원장] “That bill would shut down the remaining access to cash…”

북한에 대한 정밀 선제타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무력 사용이 우발적 충돌을 일으켜 한국 수도권의 수많은 인구가 희생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제타격은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미국사무소의 마크 피츠패트릭 소장은 4일 ‘VOA’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적 선택은 어떤 것도 좋은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He doesn’t have any good military option. The options are only more pressure…”

미국과 동맹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정밀타격할 경우 북한이 이를 전쟁 개시로 오인해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렇게 기존의 대응 방안들이 모두 한계를 보이자 북한 내부의 정치 상황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해 북한이 방향을 바꾸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5일 ‘VOA’에 대대적인 정보전을 통해 북한 수뇌부가 가장 중시하고 두려워하는 지도자의 `최고존엄’ 관련 허구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 need to be prepare to undermine his claims of superiority and accomplishment……”

북한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력 사용이나 제재 경고가 아니라 이복형 김정남 씨를 외국에서 암살할 정도로 집착하는 권력인 만큼,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정보전을 펼칠 수 있다고 경고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역시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바깥세상과 접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클래퍼 국장] “What does bother me a bit is we don’t’ capitalize on our great weapon which is information.

클래퍼 전 국장은 지난해 10월 뉴욕 연설에서 미국이 훌륭한 무기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답답하게 느낀다며, 정보야말로 북한이 매우 우려하는 취약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래퍼 전 국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 연설에서도 쿠바처럼 평양에 미 이익대표부를 설치해 북한과 대화채널을 개설하고 내부에는 외부세상의 정보와 연결되는 통로로 삼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방법이 북한에 ‘부드러운 내부 파열’을 만드는 (또 하나의) 유일한 길”이란 겁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도 ‘VOA’에 클래퍼 전 국장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대사] “I would agree with him. As a veteran of the Cold War and…”

버시바우 전 대사는 옛 국무부 소련담당 국장과 러시아 대사로서 냉전 종식에 기여한 정보의 힘이 갖는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최대한 많이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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