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정상회담 앞둔 미-한 대통령 맹비난…“공조 이간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북한이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미국과 한국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한 동맹과 대북 제재 공조의 전열을 흐트려 놓기 위한 이간책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겨냥해 국제적인 대북 제재 공조를 말하는 것은 사실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임하는 자세를 바로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2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한국의 당국자가 집권 후 남북 합의 이행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말하면서도 자신들을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비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고 ‘남조선 당국자’ 또는 ‘남조선 집권자’로 호칭했지만 북한의 공식 기구가 문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입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 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지만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한 발언을 거론하면서 남북관계가 열리지 못한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현재의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라며 한국의 당국자는 어리석은 행동을 그만두고 남북관계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라며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미-한 동맹과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을 내기 위한 북한의 이간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북 핵 문제를 해결하는 지렛대로 삼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연계전략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입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고 북한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 보다는 민족 공조, 남북협력 이쪽으로 가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죠.”

북한은 이와 함께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도 높였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논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병자라며, 극도의 통치 위기에 몰리자 대북 선제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여론이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한국 당국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해 전쟁 불장난 소동에 계속 매달리다가는 대참화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억류했다가 혼수 상태로 풀어 준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가 끝내 사망한 사건 때문에 북한이 대미 강경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사이에 반관반민 접촉 등 대화를 모색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웜비어 씨 사망으로 미국 내 북한 비난여론이 높아져 협상의 여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웜비어 씨 사망 사건이라는 아주 큰 인권의 악재가 터졌기 때문에 북-미 관계 남북관계 모두 다 적어도 당분간은 냉각기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강경한 대응모드를 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북한과 대화하려는 한국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미-한 간 갈등을 야기하려는 계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