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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역 중단 20 여일째, 업체 피해 확산


한국 정부의 남북교역 중단 조치가 시행된 지 20여 일을 넘기면서 대북 교역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교역 중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책이 늦어지면서 업체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6일 대북 의류위탁가공업체 등에 따르면 남북 교역 중단에 따라 대북 의류 위탁가공업체들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1천 3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한국 섬유산업연합회가 42개 위탁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집계한 것으로, 업체당 평균 피해액은 31억원에 달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위탁가공업체의 25%만이 조사에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북 위탁교역을 하는 업체는 모두 2백여 개로 이 가운데 의류업체는 83%에 달합니다.

업체들은 최근 이 자료를 통일부에 제출하고, 교역 중단에 유예기간을 줄 것과 완제품 반입을 전면 허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업체들에 대한 구제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교역 중단 조치 이전에 북한에 반출된 제품에 한해 사안별로 반입과 송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미 반출한 원부자재들과 관련한 반입 허용 문제나 최근 남북관계 상황 등 남북 교역이 중단됨에 따라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를 하고 있습니다. 대체수입선 알선이나 전업 지원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구체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지원 방안을 모색을 하겠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모두 도산하게 된다”며 “베트남, 스리랑카 등지에서 대체 공장을 찾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 규모를 따진다면 30억은 넘겠지요. 앞으로 사업을 못하는 것까지 포함하니까. 북한에 생산 기지를 둔 업체들은 도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베트남이나 스리랑카로 지금 공장을 찾으러 다니는 데 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아 굉장히 어려운 형편입니다.”

또 다른 대북 위탁가공업체 대표는 “사실상 폐업 위기에 놓이면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며 긴급 자금 대출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대북 교역업체는 약 7백80여 개로 이들 업체 가운데 남북 경협보험과 교역보험에 든 업체는 단 2곳에 불과해 교역 중단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교역업체들은 지난 9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앞으로 호소문을 보내 “남북교류 사업이 전면 중단되면 경협 기술과 인프라를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연쇄 도산 등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교역업체 관계자입니다.

“만약에 지금 정부의 조치에 의해 가지고 대북 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은 저희의 빈 공백을 중국 회사들이 차지할 거고요. 언젠가는 또 이게 교류가 만약에 재개된다 하면은 그 때는 지금보다 몇 배 돈과 에너지, 노력, 이런 것이 투입될 수밖에 없죠. 자재 업체들까지 도산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는 거죠. ”

교역 중단 조치로 체류 인원이 절반 가량 줄어든 개성공단도 사정은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남북경협 관련 민간단체인 ‘남북포럼’에 따르면 개성공단기업협회에 가입한 81개 분양업체 가운데 16개 업체만이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전에 입주했던 일부 선발업체들만이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 업체 대표는 “후발업체들은 대책만 세워진다면 철수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감이 끊겨 노는 공장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입주기업들은 한국 정부에 경협보험 보장 확대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유지’라는 방침만 밝힌 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입주 기업을 중심으로 남북한 당국과 직접 협의할 수 있는 새 기구가 최근 발족됐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 14일 40개 업체의 서명을 받아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등록 절차를 마쳤다”며 “경영상의 애로점과 임금 문제 등을 남북한 정부와 직접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17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북 심리전 중단과 체류인원 제한 해제, 긴급 자금 대출 등을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이미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선 교역 중단으로 잃을 게 적은 반면, 한국은 북한 리스크 등으로 국가적 손실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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