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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풍그룹, 중국 투자단 이끌고 개성공단 시찰


북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박철수 총재가 지난 1일 중국 투자단 일행을 이끌고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대풍투자그룹의 박철수 총재가 홍콩을 포함한 중국 측 기업 관계자 20 여명과 함께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 2 곳을 방문했다”며 “이들은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사업현황에 대해 물어봤다”고 전했습니다. 시찰에는 박 총재와 동명이인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풍그룹은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산하 외자 유치 전담 창구로, 초대 이사장은 지난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도 동행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맡고 있습니다. 대풍그룹은 북한 정부의 재정과는 별개로 식량과 철도 도로 항만 전력 에너지 등 6개 사업을 진행해 ‘경제 인프라 구축 10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통일부는 “대풍투자그룹은 북한의 공식 기관이 아닌데다 북한은 그동안 시찰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중국 투자가들에게 많이 소개해왔다”며 박 총재의 개성공단 방문을 비중 있게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방중을 이틀 앞두고 대풍그룹의 책임자가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한 것은 중국 기업의 개성공단 입주를 타진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박사입니다.

“박철수 총재가 중국 투자단과 함께 개성공단에 간 것은 남측 기업의 투자가 현재 지지부진하므로 개성공단 활성화 측면에서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간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금 당장 남측 사업자와의 계약 문제와 한국과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 달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강경 조치를 시행하면서 개성공단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과 관련해 전적으로 남한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현재 개성공단에는 1단계 분양을 받은 2백50개 남측 업체 중 1백20개만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대북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시찰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추진 중인 나진선봉 등 경제특구를 염두에 두고, 중국의 자본과 북한 노동력의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중국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외자를 유치하려면 투자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북한에는 보여줄 곳이 개성공단 외에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중 정상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경제협력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보여, 한국 내에선 그동안 단순교역에 머물던 북-중 간 경협이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질적으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중 간 경제협력 논의는 이전부터 있어왔던 만큼 북-중 정상이 합의했다고 해서 단기간에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국 내 관측통들은 국제사회의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북한이 유일한 외자 유치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개성공단에 당장 강경 조치를 이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금강산 내 부동산 동결 문제와 관련해 대응 조치를 검토 중이고,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개입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날 경우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개성공단 통행 차단 등의 강경 카드를 꺼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평화문제연구소의 장용석 연구실장은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수단의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의 대북방송이 재개될 경우 북한으로선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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