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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한국 영사관 탈북자 30 여명, 대기 기간 2-3년’


중국 내 한국 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이 지난 해 말 현재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대기 기간이 과거보다 상당히 길어져, 4년 가까이 영사관 지하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중국 내 적어도 4개 영사관에 지난 해 말 현재 탈북자 30여명이 한국행을 위해 장기 대기 중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밝혔습니다.

중국 내 한국 외교공관 사정에 밝은 이 소식통들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베이징과 상하이, 칭타오, 선양 등 최소한 4개 한국 영사관 지하에 탈북자들이 장기간 머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탈북자들 가운데는 어린이 등 10대 청소년들도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외부에서 배달되는 음식을 먹으며 기약 없이 출국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탈북자들이 2-3년 이상 장기 대기 중이며, 4년 가까이 대기중인 탈북자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영사관에 진입한지 만 3년 정도 지나야 출국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오랜 대기 기간에 지친 일부 탈북자들이 영사관 내 집기를 부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종종 사고가 발생해 영사관 관계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공보담당관실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밝혔습니다.

외교통상부는 그러나, “당사자와 탈북자 가족의 신변안전, 송환 교섭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때문에 탈북자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진행자: 그럼 김영권 기자와 함께 영사관 내 탈북자 상황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문) 탈북자들이 적어도 2-3년 이상 영사관에 머물고 있다니 안타까운 소식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영사관 지하에 머물고 있고, 업무 시간이 끝난 뒤나 주말에만 잠시 영사관 마당에 나올 수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일부 영사관은 지하를 개조해 탈북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했지만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과 같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 탈북자들이 무척 답답할 것 같은데, 외부와의 소통은 잘 됩니까?

답)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외부와의 통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사관도 이 정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에 트집을 잡힐 경우 탈북자들의 출국 협상에 이로울 게 없다는 거죠.

문) 참 난감한 상황인 것 같은데, 대기 기간이 계속 길어지는 것도 우려가 되네요.

답) 그렇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이 한국 영사관들을 통해 한국으로 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인데요. 이 때는 평균 몇 개월, 적어도 1년 정도 기다리면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 고위 관리들과 인맥이 두터웠던 당시 김하중 주중대사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대사가 떠난 뒤부터 대기 기간이 조금씩 길어져 이렇게 평균 2-3년 이상을 기다려야 출국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문) 탈북자들로서는 참 답답하겠군요.

답) 네. 영사관을 벗어나면 공안 당국에 체포돼 강제 북송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한국 영사관들은 특히 탈북자들이 외교공관에 들어오면 한국행 절차를 위해 탈북자들의 신상 정보를 중국 정부에 건넨다고 합니다. 따라서 탈북자들이 영사관을 벗어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 그런 답답함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군요.

답) 네, 분노를 표출하고,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다든가 집기들을 파손하고, 앞서 말씀 드렸듯이 자살을 시도하는 탈북자도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 한국 정부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답) 탈북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국 내 전문 상담가들을 현지에 보내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영사관 직원들이 탈북자들을 일일이 꼼꼼히 챙겨주기는 어려운 만큼 탈북자들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 중국 주재 일본 영사관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들었는데요.

답) 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달 초 선양 주재 일본 영사관의 보호를 받던 탈북자 5명 가운데 2명이 중국 당국의 출국 허가를 받아 일본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들이 영사관에 머문 기간이 2년 8개월이었다고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문) 대기 기간이 한국 영사관과 큰 차이가 없군요.

답) 조금 짧은 정도입니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이달 초 ‘미국의 소리’ 방송에 선양 등 일본 영사관들에 머물고 있던 10여명의 탈북자들이 대부분 출국 비자를 발급받아 떠났고, 나머지 3명도 곧 출국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중국 정부가 당초 탈북자들의 출국에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수용한 겁니까?

답) 일본 언론들은 이번 탈북자 출국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일본에 탈북자를 더 이상 보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영사관 내 탈북자들의 출국을 허용하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본 정부는 대신 중국 측 요구에 앞으로 유의하겠다는 서류를 중국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일 관개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양측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거죠.

문) 그럼 중국 정부가 한국에도 같은 요구를 한 건가요?

답) 그런 요구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중국이 그런 요구를 해도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헌법에 의해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한국이 탈북자들을 외면할 경우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은 이미 지난 해 일본 등 각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내 외교공관들이 인도적 입장에서 끝까지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안식처를 제공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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