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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폭적 고위직 개편 착수 -  아난 사무총장, 난관속 면모일신 시도  - 2005-01-05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예상돼 왔던 고위직 개편의 일환으로 비서실장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이같은 유엔의 인사단행은 아난 총장이 일련의 부패 의혹과 직원들의 반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엔 회원국인 미국과의 긴장된 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VOA 유엔 출입 기자의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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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일 서둘러 기자회견을 소집해, 오랜 친구이자 유엔 동료인 마크 말로치 브라운 씨가 비서실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같은 변화의 긴급성을 강조라도 하듯이, 아난 총장은 브라운 씨가 현재 맡고 있는 유엔 최대 기구인 유엔 개발 계획 (UNDP)의 사무국장직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사무국장을 임명할 때까지 브라운 씨가 계속 유엔 개발 계획의 활동을 감독할 것입니다."

영국 국적을 갖고 있는 브라운(51) 신임 비서실장은 2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물러난 파키스탄 출신의 이크발 리자(70) 전 비서실장의 후임입니다. 아난 총장이 신임 비서실장을 발표하는 자리에 배석했던 브라운 씨는 유엔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이 비서실장에 임명됐음을 인정했습니다.

"현재 유엔 직원들의 사기가 최고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잘알려진 평판입니다. 앞으로 몇 주일 안에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으로부터 권고안이 나올 것입니다."

볼커 전 FRB의장이 이끄는 유엔 위원회는 현재 활동이 중단된 이라크 석유 식량 프로그램을 둘러싼 부패 의혹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적어도 1명의 유엔 고위 관계자가 뇌물과 뒷돈 수수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유엔 고위직 개편설은 지난 달 리자 전 비서실장이 물러나면서 급속도로 부상했었습니다. 미국 출신의 캐서린 버티니 관리 담당 사무차장과 아프리카 모리타니아의 유엔 통제관 장 피에르 할브와크 씨도 전격 사퇴했습니다.

아난 총장은 3일, 자신의 측근 고문들 가운데 한 사람인 키에란 프렌더가스트 정치 담당 사무차장을 비롯한 다른 핵심 측근들도 유엔을 떠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프렌더가스트 씨은 아직도 정치 담당 사무차장입니다. 그러나 유엔 내부의 고위직은 물론 유엔 본부 외부의 일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개편 작업을 진행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임 비서실장 임명은 앞으로 있을 일련의 인적 개편의 시작입니다."

아난 총장은 영국 출신의 프렌더가스트 씨가 중동 특사를 맡게 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유엔 중동 특사 자리는 지난 달 노르웨이의 테르제 로에드-라르센 특사가 사임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난 총장은 중동 단지 특사 자리를 채울 많은 후보들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난 총장은 그가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국가를 선호한다는 주장들에 대해 매우 민감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아난 총장은 특히 브라운 유엔개발 계획 사무국장 후임에 미국인을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 이유는 4개의 주요 유엔 기구 가운데 2개를 이미 미국인이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난 총장은 최근 미국의 일부 진영으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영향력있는 미국 연방 상원의원 한 사람은 월 스트릿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유엔이 석유 식량 프로그램 부패 사건에 연루됐음고 지적하면서, 아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아난 총장이 대화를 나누는 상대 가운데 한 사람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입니다. 파월 장관은 지난 주 개인적인 대화를 위해 유엔 본부를 방문했습니다. 나중에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미국과 유엔 사이에 이견이 있음을 시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함께 협력할 용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월 장관은 미국이 유엔을 지지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및 지도부와 미국 간에 불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은 견해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의 관계당국자들은 아난 총장에게 2005년은 아난 총장이 연말기자회견에서 끔찍한 한 해 였다고 묘사했던 2004년보다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난 총장은 석유 식량 프로그램 부패 의혹과 미국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 이외에도, 아난 총장이 비리 혐의가 있는 고위 간부들을 두둔했다고 주장하는 유엔 직원들의 내부 반발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그밖에도, 아난 총장은 세상에 알려지면 폭발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프리카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의 광범위한 성적 착취 문제에도 대처해야 합니다.

마크 브라운 신임 비서실장이 지적했듯이, 아난 유엔사무총장으로서는 지금이 대단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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