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의회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롤란다스 팍사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함으로써 팍사스 대통령이 공화국 대통령 직에서 면직됐습니다. 팍사스 대통령은 의회에서 이 탄핵안이 가결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인 6일 저녁 마지막 각료 회의를 갖는 동안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투아니아 의회가 롤란다스 팍사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함으로써 거의 반년동안 계속돼 왔던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이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3가지 탄핵 사유를 담은 탄핵안을 각각 근소한 표차이로 통과시켰습니다.
롤란다스 팍사스 대통령은 의회가 탄핵안 표결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 의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자신을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한 노력은 자신이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한 일종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팍사스 대통령의 부패와 관련한 논란은 팍사스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러시아 조직 범죄와 연계돼 있다고 비난하는 리투아니아 국가 안보 당국의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인 지난 해 10월에 시작됐습니다.
그후 리투아니아 헌법 재판소는 지난 주, 팍사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습니다. 팍사스 대통령이 러시아인 사업가 유리 보리소프에게 불법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기밀 정보를 누출한데 관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입니다. 팍사스 대통령은 또한 대통령 직을 이용해 자금을 지원받은 협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보리소프는 팍사스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선거 자금을 제공한 장본인이며 러시아 범죄 조직과도 연계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유럽 지도자들 가운데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직을 면직 당하기는 팍사스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리투아니아에서의 이번 부패 스캔들과 의회 탄핵 표결은 리투아니아가 국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주에 북대서양 조약 기구, 나토에 가입했으며 오는 5월 1일에는 확대된 유럽 연합, EU의 회원국으로 가입될 예정입니다.
모스크바 정치학 연구소 (The Center for Poltical Technologies) 의 보리스 마카렌코 부소장은 팍사스 대통령의 이같은 스캔들이 구 소련 공화국인 리투아니아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보리스 부소장은 최상의 민주주의 사회인 구 소련 공화국에서의 이번 탄핵은 흰옷에 생긴 하나의 더러운 얼룩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그러나 리투아니아는 계속 안정될 것이며 이로 인한 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스캔들로 당혹스러움이야 물론 있겠지만 비극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러시아에 있는 국정 연구소 (Center for Current Politics in Russia)의 드미트리 폴리카노프 연구원은 리투아니아가 대통령 스캔들 문제에 대처하는 지금의 방식은 유럽 연합에 새로 가입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리투아니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리투아니아 의회의 이번 탄핵안 처리는 국내 정계 최고위층에서의 부패를 포함해 리투아니아 당국이 부패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일반인들에게 공약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조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폴리카노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폴리카노프 연구원은 또한 리투아니아가 유럽 연합에 막 가입하려 하는 현 상황에서 이번 탄핵안 표결은 사실상 리투아니아의 이메지를 오히려 개선시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총리가 국정을 다스리는데 책임을 지는 한편으로 대통령의 권한은 주로 대외 정책에 국한돼 있습니다. 팍사스 대통령은 과거 총리직을 두차례 역임했습니다.
리투아니아 법에 따라 새로운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두 달 내에 치뤄져야 합니다. 또한 탄핵으로 면직된 대통령의 출마도 허용되고 있으나 팍사스 대통령이 재출마 할지의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이제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아르투라스 파울라우스카스 국회의장이 국정을 수행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