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헝가리에서 반공 예술 및 저서 보여주는 이색 전시회 열려  - 2004-02-22


헝가리가 아직 소련의 위성국가 시절에 금지됐던 반공 예술과 저서들을 보여주는 한 진기한 전시회가 부다페스트에서 개막됐습니다. 헝가리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전시회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VOA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일종의 대안음악이 부다페스트의 밀레니엄 공원에 있는 전시장 안을 가득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음악가들은 연장과 공장 장비들을 사용해서 음악을 연주하며 구소련에서 도입한 구 사회주의적인 행진곡과 노동가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치하때에 정부를 비판하는 예술가들과 저자들과 함께 그들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예술 저항은 [사미즈다트 운동]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제는 [사미즈다트:1956년부터 1989년에 이르는 기간중 중부 및 동부 유럽의 대안문화]라고 부르는 전시회의 일부가 됐습니다.

[사미즈다트], 즉 [자기 출판]이란 말은 지난 1950년대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글라즈코프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글라즈코프는 그의 원고를 갖고 몇몇 소비에트 출판사를 찾아가 출판하려고 했으나, 모두 툇짜를 맞은 끝에 결국 그의 작품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사미즈다트 예술가들은 헝가리 정부의 박해를 받았습니다. 어떤 경우에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던 비밀경찰에 의해 억류되고 심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대부분은 좀 더 가혹한 고통을 당했습니다.

이제 민주화된 헝가리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 한 예술가는 붉은 물을 땅에 흘리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얼굴 없는 피묻은 미라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공산주의 정권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고문과 고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노동수용소에서 밀반출된 문서와 펑크 음악, 노동자 부락과 죽음의 증명서를 나타내는 그림 등과 함께 이 전시회는 철의 장막 뒤에서 자란 반문화의 얘기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는 브레멘대학이 주최했으며, 베를린, 프라하, 브뤼셀에서도 전시됐습니다. 이 전시회는 헝가리가 EU,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다음 날인 오는 5월 2일에 폐막됩니다. 이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소련군 병사들에게 무참히 짓밟혔던 헝가리인들의 자유 투쟁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 분단된 독일에서 성장했던 피셔 장관은 헝가리 혁명은 그의 유년시절의 가장 인상적인 기억의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 당시 겨우 여덟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는 그의 부모들이 헝가리혁명에 관한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피셔 장관은 오는 5월 1일, 대부분이 구소련 위성국이었던 10개국이 새로 유럽연합에 가입하게 됨으로써 유럽의 분열이 종식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사람들에게 이 전시회는 공산주의 시절 자신들의 역할을 새삼 회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방문자들 중의 한 사람인 올해 쉰다섯살의 안드라스 도마니 씨는 현재 [헝가리방송]의 수석편집자입니다.

사미즈다트 출판물들을 둘러보면서 도마니 씨는 그가 과거에 공산당의 당원이었음을 인정합니다. 도마니 씨는 공산주의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산주의의 일부는 좋아한다고 설명합니다. 도마니 씨는 헝가리는 그의 조국이기 때문에 정부에 무조건 충성했다고 말합니다. 도마니 씨는 사미즈다트 운동에 참여하고 출판물들을 구입함으로써 공산주의 헝가리의 기자로서의 그의 경력은 이제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런 공공기관에 근무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른바 [라스즐로 라즈크 서점]에 가서 사미즈다트 서적을 살 수 있는 입장에 있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갔다가는 경찰관들에 의해 사진을 찍혀서 다음 날에는 틀림없이 해고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거기 가서 책을 살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일부 우익단체들과 전에 중도우파 정부들은 도마니 씨처럼 공산주의 전력을 가진 매체 담당 공무원들이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다른 사람들은 헝가리는 미래를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같은 사회 분열은 헝가리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이라고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논쟁의 결과가 어찌되었든 올해 스물여덟살의 전시회 기획자인 노라 소므리오디 양은 젊은 세대들이 헝가리의 뼈아픈 최근세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젊은이들 중에는 과거 역사에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 많습니다. 만약 화제를 다시 꺼내서 각기 상이한 전망을 할 수 있는 젊은 역사가들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는 1989년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에 관심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헝가리에서 언론의 자유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허용돼야 하는가에 관한 전국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 헝가리 국회에서는 반사회적인 언론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심의중인데, 이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반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다른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증오를 선동하는 자유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거닐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소련 국기를 흔들며 공산주의 노래들을 부르며, 반공예술에 대해 차분한 대위법을 보여주는 선전영화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과거 공산주의 시절에 비판적인 서적 출간을 비밀리에 도왔던 가보르 뎀스츠키 부다페스트시장은 이 전시회에 완전히 도취하고 있습니다. 뎀스츠키 시장은 “헝가리의 유럽연합 가입은 지하출판이 독재체제의 시민들에게 가교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서방세계에도 가교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