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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티븐스 미 대법관, 6월 사임


미국 연방 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인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이 오는 6월 사임합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대법관 지명의 기회를 갖게 됐는데요, 새 대법관 지명을 놓고 정치권이 벌써부터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스티븐스 대법관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볼까요?

답) 스티븐스 대법관은 연방 대법원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물입니다. 스티븐스 대법관의 진보 성향은 대법원 판결에서 그대로 나타났는데요, 여성의 낙태 권리와 소수인종 우대정책, 정교 분리의 원칙을 지지했습니다.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당시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대법원에서 다퉜는데요, 대법원이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자 여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문) 그런데 스티븐스 대법관이 6월에 사임하기로 했다구요?

답) 네, 스티븐스 대법관은 지난 9일 바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6월 마지막 주에 대법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은퇴 가능성을 내비쳤고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에 반드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예상됐던 일이었습니다.

문) 스티븐스 대법관이 사임하기로 한 이유는 뭡니까?

답) 고령의 나이로 대법관직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이달 말로 90살이 되는데요, 대법관 9명 중에서 최고령자입니다. 지난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으로부터 대법관 지명을 받은 뒤 34년 간 재직했습니다. 2년만 더 일하면 윌리엄 더글러스 전 대법관이 보유한 최장수 재임기록을 깰 수 있지만 기록 경신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스티븐스 대법관의 입장입니다.

문) 미국 대법관은 종신제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한번 임명되면 탄핵을 받거나 사망, 또는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평생 자리가 보장됩니다. 전에도 대법관 직에서 사임한 경우가 있는데요,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 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24년 동안 재직한 뒤 지난 2005년 사임한 바 있습니다.

문) 연방 대법관 자리가 빈다는 건 미국 사회에 중대한 사건 아닙니까?

답) 물론입니다. 대법원은 미국 사회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법적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는 역할을 하곤 했는데요, 9명의 대법관들이 다수결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힘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느냐가 언제나 큰 관심사입니다.

문) 최근 들어서 대법원이 보수화 성향을 띠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네, 보수 성향의 대법원 판사들이 늘면서 판결도 보수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대법관 9명 중에서 5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런 일이겠죠. 스티븐스 대법관이 사임하겠다고 발표했으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를 곧 지명할 텐데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해 히스패닉계 최초로 소니아 소토마요르를 대법관에 지명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대법관을 지명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문) 스티븐스 대법관을 대신할 후보로 누가 거론되고 있습니까?

답) 현재 연방항소법원의 다이앤 우드 판사와 머릭 갈랜드 판사, 그리고 하버드대학 법대 학장을 지낸 엘리나 케이건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치인 중에서는 애리조나 주지사를 지낸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과 제니퍼 그래넘 미시간 주지사가 후보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문)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 지명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까?

답) 스티븐스 대법관과 비슷한 자질을 가진 후보를 고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품과 능력을 검증 받은 인물 중에서 스티븐스 대법관처럼 강력한 이익집단이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을 뽑겠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진보 성향의 인물이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게 된다면 대법관들의 성향은 보수와 진보의 비율이 5 대 4로 현재와 똑같이 유지될 전망입니다.

문) 하지만 대법관이 임명되기 위해서는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정치권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민주당은 올 여름에 대법관 지명과 인준이 모두 마무리 돼서 새 대법관이 대법원의 10월 회기부터 업무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보를 신속하게 인준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반면에 보수 성향의 공화당은 인준 청문회를 철저하게 진행하겠다고 벌써부터 벼르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주류 법조인으로서 대법원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이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 의사진행 방해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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