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반정부 시위로 전복됐습니다. 야당이 중심이 된 과도정부가 국정을 장악하고 바키예프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우려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키르기스스탄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었는데요, 결국 정부가 전복되고 과도정부가 구성됐군요.
답) 그렇습니다. 현재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 정부는 사실상 전복된 상태입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야당연합이 수도 비슈케크의 정부 청사를 장악한 후 의회를 해산하고 과도정부를 구성했는데요, 라자 오툰바예바 사회민주당 당수가 수반을 맡은 과도정부는 의회 해산 사실을 밝히고 도피한 쿠라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의 공식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문) 실각한 바키예프 대통령은 어떤 상황인가요?
답) 바키예프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남쪽 잘랄-아바드 지역으로 도피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언론들은 바키예프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인 '오쉬' 인근에 거처를 마련하고 지지 세력을 모으는 등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정확한 소재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 바키예프 대통령은 실각하기 전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었는데요, 지금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까?
답) 지금은 사태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8일) 은 새로운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차량 소통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력이 완전히 붕괴된 가운데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는 등 팽팽한 긴장 상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적어도 75 명이 사망하고 1천 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키르기스스탄 보건부는 밝히고 있는데요, 시위대 측은 사망자가 1백 명을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지난 2005년에도 반정부 시위에서 촉발된 혁명으로 정권이 바뀐 적이 있는데요, 이번 반정부 시위는 왜 발생한 겁니까?
답) 키르기스스탄이 어떤 나라인지 먼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키르기스스탄은 과거 구 소련방에 속해 있었지만 지난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했습니다. 그런데 독립 후에도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대통령의 독재가 10년 이상 계속됐고요, 지난 2005년 치러진 선거에서의 부정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결국 아카예프 전 대통령은 물러나게 됩니다.
이어 당시 야당 총수로 시위를 이끌었던 현 바키예프 대통령이 취임했는데요. 하지만 민주화를 갈망했던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야권과 언론에 대한 탄압이 계속됐고요, 빈곤한 삶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올해 들어 정부가 공공요금까지 대폭 인상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돼다가, 결국 반정부 시위로 폭발한 것입니다.
문)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결국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군요?
답) 네. 특히 지난 6일 북서부 탈라스 시에서는 반정부 시위 자들이 시 청사에 난입해서 시장을 볼모로 농성을 벌였는데요. 경찰이 최루탄 등을 쏘면서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시장을 구출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대가 다시 시 청사에 진입해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등 시위가 확산됐고요. 급기야 어제 (7일)는 수도 비슈케크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입니다.
문) 그런데 정부의 진압 노력에도 불구하고 혼란이 계속됐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은 오히려 정부의 강경 진압이 시민들의 반감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이 여성은 시위 진압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하면서 위협을 가했다고 말했는데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총을 발사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또 최근 시위와 관련해 야당 지도자 여러 명이 긴급 체포되면서, 대통령 사임 요구가 더욱 거세졌습니다.
문) 키르기스스탄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쟁 물자 공급을 위해서 보급 통로로 활용 중인 곳 아닙니까?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 수립에 대해 미국 정부는 아직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키르기스 주재 미국 대사관은 반정부 시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평화적인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인접국인 러시아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키르기스 정부가 시위대에 폭력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카자흐스탄에서, 집회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본질적 요소이지만 법치는 존중돼야 한다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반정부 시위로 바키예프 대통령 정부가 실각하고 과도정부가 수립된 키르기스스탄 사태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