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전문가들, ‘北 화폐개혁 명백한 실패’


북한이 지난 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은 실패한 것이 명백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제정책의 실패로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한국,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북한 경제 토론회에서 북한의 화폐개혁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중국 베이징대학교의 주펑 교수는 북한의 화폐개혁은 경제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고, 주민들의 재산을 빼앗는 퇴행적인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주펑 교수는 북한의 화폐개혁은 실패한 것이 명백하다며, 북한이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이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비정상적인 정책에 변화가 없는 한,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제공해 북한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주펑 교수는 중국은 북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게 할 의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과

더 이상 예전 같은 의미의 ‘혈맹’이 아니며, 그동안 중국은 크게 변했고, 그에 따라 북-중 관계도 변했다는 것입니다.

주펑 교수는 중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대규모 기아 사태를 막기 위한 인도적 대북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이 김정일 정권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펑 교수는 중국은 이제 정권 붕괴를 비롯한 북한의 어떤 형태의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엄종식 차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이 화폐개혁 후유증 속에서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핵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건 잘못된 현실인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외자를 유치해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며, 따라서 북한은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함으로써 스스로 그런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이 단행한 화폐개혁은 1960년대식 배급체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 계산 착오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당초 의도했던 물가안정을 전혀 이루지 못했고, 시장 참여자들을 범죄자로 몰아 불만만 증폭시켰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는 앞으로 북한이 국제화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점과, 많은 정책 전환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김병연 교수도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원리에 무지한 정부 당국의 무능력과 시장의 힘에 대한 오판을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화폐개혁의 실패로 북한은 정치적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금 김정일 위원장은 집권층이 분열돼 있고 관료들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계획경제를 복원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이화여대의 조동호 교수는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과잉 화폐를 흡수해서 시장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측면에서는 실패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로서 주민 경제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측면이나 시장에서 싹트는 자본주의를 없애겠다는 측면에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 교수는 북한이 화폐개혁을 2005년부터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의 기본도 모르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단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