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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력에 못미쳐도 일자리만 있으면 다행


미국에서는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큰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돼 작은 회사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업무에 비해 경력과 능력이 넘치다 보니 불만이 있을 법도 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미국에서 일자리 찾기가 여전히 어려운가 봅니다. 이런 소식이 나오는 걸 보면요.

답) 네, 미국 실업률이 아직도 10% 안팎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고용시장의 사정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새 일자리 수 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 수가 5 배 정도 더 많은 상황입니다.

) 고학력자들도 취업난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대학 졸업자들은 물론이고 명문 법과대학이나 경영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더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학위 과정을 밟은 사람은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 일하던 직장에서 갑자기 해고되는 경우도 많죠.

답) 그렇습니다. 경력직 사원이나 회사 간부들이 해고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학 졸업자들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람들까지 고용시장에 합류하다 보니까 경쟁이 아주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시 잡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곳도 마다하지 않고 있고, 직급도 아예 신입사원으로 낮춰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말하자면 하향 지원을 한다는 건데, 예를 들면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답) 큰 회사의 재무담당 감사나 시장조사 담당 이사를 지냈던 사람들이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말단 분석가로 일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회사 임원이었던 사람이 새 직장을 잡지 못해서 계약직을 전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경력직 사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명문대학에서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고 대기업의 금융 분석가로 활약하다가 지금은 작은 이사짐 회사에서 고객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의 얘기를 소개했습니다.

) 직장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불만이 많지 않을까요?

답) 물론 전보다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지는 건 피할 수 없겠죠. 좋은 직장에서 월급을 많이 받고 살던 사람들에게는 씀씀이를 크게 줄여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집세도 내지 못해서 집을 차압 당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뿐입니다.

) 회사 입장에서는 고급인력을 싸게 쓸 수 있어서 좋겠네요.

답) 물론입니다. 뜻밖의 횡재를 한 셈인데요, 경제가 좋았다면 절대 고용할 수 없는 고급인력을 싼 가격으로 마음껏 골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 원래 업무에 비해 경력과 능력이 넘치는 사람은 회사에서 잘 고용하지 않는데, 사정이 많이 변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사정이 급해서 일단 일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만이 쌓이고 그러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요. 직원이 자주 바뀌면 회사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업무에 비해 능력이 너무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고용시장 사정이 워낙 안 좋다 보니까 웬만해서는 절대 회사를 떠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어진 업무를 해내고도 남을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왜 나를 뽑아주지 않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직장에서의 만족도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겠군요.

답) 새 직장에서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찾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회사가 내 능력을 활용해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업무를 효율화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특히 고급인력들은 일정한 업무 결정권을 부여 받고 사내에서 존중을 받게 되면 신이 나서 일을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답답한 마음도 있습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작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이러다 큰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영원히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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