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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미국인 사태 장기화 가능성


북한이 지난 1월 불법 입국한 미국인을 기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억류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에도 불법 입국한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재판에 회부했다가 약 5개월 만에 석방했었는데요. 김근삼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북한 당국이 지난 1월 억류한 미국인의 신원을 공개하고, 재판에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앞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1월25일 불법 입국한 미국인 1 명을 억류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었는데요. 두 달여만인 어제 (22일)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에 대한 범죄자료들이 확정된 데 따라 재판에 기소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불법 입국 외에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문) 지난 해에도 미국인 여기자 2명이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가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 ‘커런트 TV’ 소속 로라 링 기자와 유나 리 기자였는데요. 지난 해 3월17일 북-중 국경 인근에서 탈북자들의 실상을 취재하다가 북한 영토를 넘었고, 곧바로 북한 병사들에게 체포됐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체포 나흘 뒤에 억류 사실을 공개했고, 열흘 뒤에는 증거자료와 진술을 통해 불법 입국과 적대행위가 확정됐다며 재판에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문) 결국 재판이 열렸었죠?

답) 네. 재판은 6월 4일부터 나흘 간 진행됐는데, 조선민족 적대죄와 비법국경 출입죄를 적용해 노동교화형 12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노동교화소로 보내지는 않았고요. 두 달 뒤인 지난 해 8월 초 두 여기자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사면을 통해 석방했었습니다.

문) 결국 억류부터 석방까지 거의 다섯 달이 걸렸지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는 거물급 인사의 평양 방문도 필요했고요. 이번에 억류 중인 미국인 곰즈 씨에 대해서도 북한이 기소 방침을 밝히면서, 억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또 다른 사례인 미국인 로버트 박 씨의 경우를 보면요.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인 로버트 박 씨는 지난 해 12월 기독교를 전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북한에 들어갔었죠. 북한 당국은 박 씨를 억류해 조사한 뒤, 박 씨가 본인의 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재판 없이 40일 만에 석방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억류 중인 곰즈 씨에 대해서는 기소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요, 앞으로 북한 당국의 추가 조사와 재판 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할 때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되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어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곰즈 씨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만약 재판이 열린다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 북한이 곰즈 씨 억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는 없을까요?

답) 앞으로 지켜봐야 할텐데요. 두 여기자 억류 당시 북한은 미국 측에 석방 조건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문을 요구하면서, 미-북 대화 국면을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보였었습니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철처히 민간인 자격의 방문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최대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모습이었는데요. 북한 언론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고, 또 미-북 간 현안을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데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문) 끝으로 이번 억류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과정들이 예상됩니까?

답) 북한 당국은 일단 곰즈 씨에 대한 기소 입장을 밝힌 이상 앞으로 추가 조사에 이어 구체적인 재판 일정 발표와 재판 절차 진행의 수순을 밟아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곰즈 씨의 입북 동기나 의도 등이 알려지지 않았고, 또 북한 언론도 불법 입국 외에 이렇다 할 혐의를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후 진행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은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을 통해 곰즈 씨에 대한 추가적인 영사 접견을 추진하는 한편, 주변국이나 뉴욕 채널 등을 통해서도 조기 석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거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됐을 때 미국 정부가 특사를 보내고 조기 석방을 추진했던 사례가 여러 차례 있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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