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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자유치 성과 얻으려면 국제사회 신뢰 회복해야’


북한 당국이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연 북한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또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대외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외자 유치를 위해 자체 설립한 국가개발은행이 지난 10일 첫 이사회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북한 당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각각 10년과 50년 기한으로 라진항 부두의 사용권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지난 2일에는 북한 당국이 평양 등 8개 도시를 외국 자본에 개방하는 특구로 지정해 세제 등을 우대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해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라선 경제특구를 방문해 외자 유치를 강조한 후, 올해 초 나선시가 특별시로 격상됐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은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발표하고 ‘조선대풍국제그룹’을 외자 유치 창구로 지정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앤소니 김 연구원은 북한 당국의 최근 움직임은 북한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지금 상당히 절박하다는 그런 상황의 표현이 아닌가 보여지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간접적이지만 좀 더 드러난 것이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작용했을 것 같구요..”

김 연구원은 북한의 외자 유치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대외 개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범위와 속도 등은 극도로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개방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시작해 유럽이나 중동의 일부 국가로까지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북한 당국이 철저히 통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연구원은 북한의 외자 유치 움직임이 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라진항을 라진선봉 경제특구나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북한 내 다른 지역과 철저히 분리한 채 제한적으로 개방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개방이 확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이전에도 북한 당국이 외자 유치를 위해 지금과 비슷한 조치들을 취했지만 별다른 가시적인 진전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진항의 경우 중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중 간 합의가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외자 유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의도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당국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북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중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투자자들이 북한에 투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개성공단 계약 파기 논란과 화폐개혁, 시장 단속 등 북한이 취한 반시장적 조치들을 거론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을 외면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경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경제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 문제나 남북관계 경색 같은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면서, 북한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6자회담에 복귀해 핵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이나 한국 등으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페퍼 국장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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