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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칠레 국민들, 군 동원 질서 유지 환영


남미 칠레에서 최근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이후 군 병력이 치안 유지와 구호 물자 분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군사독재로 고통 받았던 칠레 국민들은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제쳐두고 군인들을 환영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 칠레 군이 제2의 도시이자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콘셉시온을 사실상 점령했다구요?

답)그렇습니다. 콘셉시온의 관청과 은행, 주유소 등 시내 곳곳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습니다. 지진 발생 이후 약탈과 파괴의 대상이 됐던 슈퍼마켓들 앞에 군 탱크들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군인들은 이처럼 주요 시설을 보호하는 동시에 구호 물자 분배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남부 6백40킬로미터 길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순찰 활동을 벌이면서 정부의 구호 물자 전달 노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적어도 1만 4천 명 이상의 군 병력이 동원됐습니다.

) 어느 나라든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군 병력이 동원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유독 칠레 군의 이 같은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답) 칠레의 현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1973년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이 17년 간 장기 군사독재를 하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고문과 살해를 당했습니다. 1990년에 피노체트 정권이 무너진 이후에 칠레 국민들은 군이 국방이라는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기를 원했고, 군도 국민들의 이 같은 뜻에 따랐습니다.

하지만, 칠레 군이 이번에 다시 콘셉시온을 장악하자, 과거의 어두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 군 병력의 동원을 명령한 바첼레트 대통령은 그 자신이 피노체트 군사독재 당시에 끔찍한 고통을 당한 장본인 아닙니까? 따라서 그 같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1970년대 중반 군에 체포돼 고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석방된 후에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망명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바첼레트 대통령의 부모 또한 고문을 받았는데요, 피노체트 장군의 쿠데타 이전에 고위 군 장교였던 아버지는 끝내 교도소에서 사망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바첼레트 대통령이 군 병력 동원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하지만, 경찰 병력 만으로는 지진 발생 이후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바첼레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했나요?

답) 지진 발생 이후 혼란이 극에 달했습니다. 주민들이 상점에서 생필품 등을 닥치는 대로 훔치는 약탈 행위가 기승을 부렸고, 교도소 수감자들이 지진을 틈타 탈출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콘셉시온에서는 대부분의 수퍼마켓이 털려 사실상 음식과 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이처럼 치안이 악화되자 경찰이 나서 강도로 변한 시민들을 제지하기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발사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칠레 정부는 질서 회복을 위해 중무장한 군대를 동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그 이후 어느 정도 질서가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 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콘셉시온의 경우, 서서히 질서를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약탈은 눈에 띄게 줄어 들었고 대형 수퍼마켓들도 문을 열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이 재개되고 수돗물도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군 병력은 공무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밀가루, 통조림, 콩 식용유 등 구호용 식료품을 재난지역에 분배하고 있습니다.

) 일단 칠레 국민들은 이 같은 결과를 환영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세계 주요 외신들이 전하는 현지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대다수 칠레 국민들은 군 병력이 배치된 이후 질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만일 군대가 파견되지 않았다면 내전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군대가 도시를 점령한 것에 대해 감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군인들도 국민들의 이 같은 분위기에 자부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일로 인해 군대와 국민들의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하지만, 과거 칠레의 역사를 감안하면 군 병력이 다시 거리를 장악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답) 일부 사람들은 중무장한 군 병력이 도시에 배치되자 지난 1970년대와 80년 대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길거리에 군인과 탱크가 배치되고 통행금지가 내려진 지금 상황이 그 당시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군 병력이 치안 유지와 구호물자 분배에만 집중하고 있는 지금 현재는 군이 도움이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데요, 일부 반대세력 마저도 약탈과 방화를 막기 위해서는 군 병력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군인들은 이번에 잘못 행동하면 또 다시 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것이라며 행동에 조심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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