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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민간단체에 지원 적극 요청


북한이 올해 들어 한국 내 일부 민간단체들에 식량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밝힌 대로 절박한 식량난을 타개해 '인민생활 향상'을 이루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올 들어 한국의 일부 민간단체들에 대해 식량 지원을 재촉하거나 초청장을 신속히 내주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대북 지원단체들이 25일 전했습니다.

대북 지원단체인 ‘월드 비전’은 지난 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연례회의 때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측으로부터 밀가루 3백t과 쌀 2백t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월드 비전 관계자는 “예전에는 남측에서 지원할 때까지 기다렸지만 올해는 단둥사무소를 통해 수 차례 전화를 걸어와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16일이 지나야 내주던 방북 허가도 신속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는 최근 대북 의료지원단체인 장미회 관계자들이 오는 27일 평양을 방문할 수 있도록 초청장을 발급했습니다.

북한 내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벌이는 한 단체 관계자는 “연초부터 대북 지원단체들에 초청장을 발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대개 2월이 돼야 방북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연초에 실시하는 총화 기간이 빨리 끝나는 등 북한 내부 사정에 의해 다소 앞당겨 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례적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15일 남측 일부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아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보복 성전을 거론한 데 이어 지난 24일 한국 김태영 국방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과는 크게 상반된 것입니다.

한국 내 관측통들은 북한의 이런 이중행보에 대해 체제 위협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신년사설에서 밝힌 대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강영식 총장은 “인민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만큼 민간교류를 지속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당국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것의 형식이나 규모는 (북한 인민생활에) 크게 도움은 안 되는 건데, 민간교류를 통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발전의 여지는 별도로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죠.”

앞서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북-남 관계 해결을 위해 나서면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우회적으로 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또 지난 해 나쁜 기상조건과 한국의 비료 지원 중단 등으로 곡물 생산이 부진한 점도 외부 지원이 절실한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 해 말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지난 해 북한 곡물 수확량은 비료 부족과 가뭄, 습해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안다”며 “올해 적극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도 절박한 식량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내 관측통들은 지난 해 북한의 곡물 생산이 전년에 비해 5-10% 가량 감소해 외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춘궁기가 닥치는 봄부터 가을 추수기 사이에 식량난이 악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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