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경제자유무역지대인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한 데 이어 18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 합작기업 설립을 승인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해 9월 해외자본 유치와 무역 확대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농수산물 통조림 가공업체인 주식회사 '매리'는 지난 달 18일 남북 합작회사 '칠보산매리합작회사' 설립 승인을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로부터 받았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칠보산매리합작회사는 남측 매리와 북측 개선총회사의 합작회사로 라선특별시 안주동에 설립됩니다. 총 자본금 7백50만 달러로 남측과 북측이 각각 6대 4로 투자하며, 농수산물을 재료로 통조림 생산 가공과 수출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매리'의 정한기 대표는 "이달 말부터 생산설비를 투입하고 기술지도를 실시해 오는 3월부터 시범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이번 사업으로 남측 기업은 라선 특구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낮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고, 북한에겐 해외수출 판로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EJK Act 01 0119 "수산물에 필요한 국제적인 기준이 있는데, 이 수준에 부합하는 기술들을 북한에 이전할 경우 새로운 수출 판로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도 물론 라선 지역에 진출함으로써 여러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까지 한국 정부에 승인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신청이 들어오면 사업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라선 지역에서 남측 기업의 남북 합작기업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1998년경 라선 지역을 외국인 전용특구로 조정하면서 남한 기업들의 투자는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두레마을영농조합과 백산 등 한국 기업 2곳은 지난 1998년 북한 나선시에 합작, 합영기업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으로 한국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북한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해 진출이 무산됐었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해 9월 대외 자본 유치와 무역 확대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로, 앞으로 한국 기업들에게도 문을 열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1991년 라진과 선봉 지역을 합쳐 첫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했지만 외국인 투자 유치가 부진해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라선시를 다시 대외무역 중심지로 발전시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달 라선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이후 처음으로 방문해 현지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지난 4일에는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키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강성대국 건설이 시급한 북한으로선 대외개방을 통해 경제난을 해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라선 지역에 대한 해외투자는 지지부진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올해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한편 대외무역을 통해 서방 자본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 라선 특구의 투자 여건을 대폭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