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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한국 제외할 것' 


북한은 오늘 (15일) 한국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비상통치 계획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앞으로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성명은 최고 군사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돼 있어서, 최근 무르익고 있던 남북 당국간 접촉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북한 국방위원회의 성명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답) 북한은 오늘 최고 군사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한국 정부가 준비 중인 것으로, 최근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북한 급변사태 대비 비상통치계획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앞으로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성명은 "최근 남조선 당국이 우리 공화국에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통치계획 '부흥'이라는 것을 완성해놓았다고 한다"며 "남조선 당국이 반공화국 죄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한 북-남 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앞으로의 모든 대화와 협상에 철저히 제외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이번 성명은 이른바 '부흥' 계획이라는 비상통치계획을 북한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군요?

답) 성명은 "이 도발적 계획은 우리의 존엄 높은 사회주의 제도를 붕괴시킨 다음 그에 대처할 행정상의 조치까지 시행한다는 악랄한 반공화국 체제전복 내용이 구체화 돼 있다고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조선 당국의 무모한 도발계획이 완성되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는 조건에서 청와대를 포함해 이 계획 작성을 주도하고 뒷받침해 온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날려보내기 위한 거족적인 보복 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성명은 특히 "이 성전은 혁명적 무장력을 포함해 북과 남, 해외에 있는 모든 동포들이 총동원되는 전민족적이고 전면적인 정의의 투쟁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그렇다면 '부흥' 계획은 어떤 것인지요?

답) 부흥 계획은 최근 일부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한국 정부의 북한급변사태 대비 행동계획입니다.

최근 새롭게 정비된 것으로 알려진 이 계획은 북한의 급변사태 유형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 등을 포함한 사고형, 군부 쿠데타형, 주민저항형 등 몇 가지로 나누고 한국 정부의 유형별 행정 조치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문) 북한 측 성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무엇입니까?

답) 한국 정부는 국방위원회의 이번 성명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 언론보도를 근거로 해서 한국 측에 위협적 언동을 했다는 점에서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그런데 북한 측은 국방위 성명이 나오기 직전에 한국 측의 옥수수 1만t 지원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오늘 장재언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유종하 대한적십자 총재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지난 해 10월26일 남측이 제의한 옥수수 1만t을 받겠다"고 했다고 통일부가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한국 측의 지원 제의에 대해 수개월 동안 공식적으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다가 이번에 수용 의사를 전해온 것입니다.

문) 그렇다면 옥수수 지원 수용과 이번 국방위 성명은 서로 모순되는 것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남북 당국간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남북 해외공단 공동시찰 평가회의를 오는 19일 갖기로 했고 대북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도 한국 정부에 공식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선 일단 국방위가 북한의 최상위 기구라는 점을 들어 남북 당국간 대화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국방위 성명이 남북관계 분위기를 갑자기 반전시킬 것으론 보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국방위 성명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남북 당국간 접촉 기회들이 무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숩니다.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 모든 지금까지의 노선과 결정에 따라야 된다는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지금까지의 금강산 개성 관광 실무 접촉이라든지 또는 개성공단 시찰 평가회의라든지 옥수수 1만t 수용 건 등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이렇게 이해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성명에 쓰인 표현이 남북 간 대화를 포함해 한국과의 일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평화협정 문제 등 다자간 협상에서만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북한의 태도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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