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며 북한에 입국해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의 지인들로부터 박 씨에 대한 지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박 씨의 행동은 국제사회가 외면해 온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수 주일이 지났지만 그에 대한 근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교사 박 씨는 성탄절인 지난 해 12월 25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무단 입국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 29일 관영매체를 통해 박 씨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은 채 미국인 한 명을 억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그에 관해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 씨를 평소에 잘 알고 지냈던 지인들로부터 그에 대한 지지와 석방을 호소하는 안타까운 마음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12월 로버트 박 씨에게 선교사 안수를 해 준 애리조나 주 투산의 ‘그리스도 생명의 교회 (Life in Christ Community Church)’ 존 벤슨 담임목사는 박 씨를 아주 특별한 젊은이로 기억합니다.
벤슨 목사는 박 씨가 교회에 출석한 지 몇 달 후에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방식에 감동해 한참을 울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벤슨 목사에 따르면 박 씨는 ‘그리스도 생명의 교회’에 출석하기 이전에도 멕시코 등 빈곤지역에서 선교와 봉사 활동을 해 왔습니다.
스페인어가 능숙하지 않은 박 씨는 선교 지역 사람들과 교통하기 위해 4개월 간 스페인어를 공부해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열정적인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가진 것들을 다 베풀어 주는 박 씨의 모습은 보통 선교사의 삶 이상이었다고 벤슨 목사는 말했습니다.
벤슨 목사는 몇 년 전 박 씨에게 선물했던 성탄절 선물이 결국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간 적이 있다며, 박 씨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고 회고했습니다.
로버트는 사막 지역인 애리조나에서도 몸이 말라 항상 추워 보였는데, 외투나 스웨터를 선물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벗어 줄 것이 뻔해서 집에서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가운을 선물했지만, 그 마저 멕시코의 한 노숙자에게 준 것을 몇 달 뒤에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벤슨 목사는 특히 박 씨가 ‘북조선, 비밀국가의 자식들(Children of the Secret State)’이라는 영상물을 본 뒤에 북한 선교에 불타는 열정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굶주리는 20만 북한 어린이들과 정치범 수용소의 숨겨진 실상을 폭로한 이 비디오를 보고 난 뒤부터 박 씨는 하나님이 북한에 가라는 사명을 자신에게 부여한 것 같다고 말해 왔다는 것입니다.
역시 ‘그리스도 생명의 교회’의 교인으로 박 씨가 한국으로 향하기 전 몇 주일 간 자신의 집에 머물렀다는 레티 멕케나 씨는 로버트는 자신의 인생이 가장 어려웠을 때 하나님이 보내주신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종신형을 선고 받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 끊임없는 기도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법정에도 매번 동행하는 등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박 씨는 또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소유한 사람이었다고 멕케나 씨는 말했습니다.
두 살 난 자신의 손녀의 대부(godfather)이기도 했던 로버트가 손녀를 위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었고, 이 노래를 교회에서 여러 번 함께 불렀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무단 입국한 로버트 박 씨의 행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어리석고 무모한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벤슨 목사는, 박 씨의 행동은 국제사회가 그동안 외면해 온 열악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촉매제와 같은 것이었다며, 이런 비판을 반박합니다.
벤슨 목사는 누군가가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로버트 박은 북한이라는 강력한 댐에 처음으로 균열을 가한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벤슨 목사는 그러면서 이제 금이 간 댐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물의 힘이 전세계인들로부터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