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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북한 신년사 미-북 대화 강조 긍정 평가


미국 내 전문가들은 새해 첫 날 발표된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비핵화 입장을 밝힌데다 경제 문제를 강조했기 때문인데요. 신년 공동사설을 보는 미국 전문가들의 시각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신년 공동사설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대화를 통한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전투적이었던 지난 해에 비해 올해 신년 공동사설은 다소 융통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융통성 있는 말, 그리고 평화와 관련된 말을 하니까, 이건 행동은 아니지만 환경이 다소 좋아진다고 봐야죠."

이런 이유로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인 박선원 박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다소 밝아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비핵화를 추진하는데 과거와 달리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거든요. 현재의 입장에서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은 과거 어느 때 보다 조금 편하게 진행될 수 있지 않겠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방침을 언급 했다고 해서 이를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에 나설 것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그 같은 언급은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변화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 안 했어요. 조금 전술적인 결정만 하고 핵 국가로 인정을 얻으려는 희망을 포기 안 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

북한은 또 올해 공동사설에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올해가 '6.15 공동선언 10주년'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서부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의 피터 벡 연구원은 "북한은 과거에도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한국에 대해 좋은 말을 했다"며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들은 남북한 당국자들이 싱가포르에서 비밀리에 만나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경공업과 농업 등 경제 문제를 강조한 데 대해 후계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008년 여름 뇌졸중을 앓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동안 자신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조용히 권력 승계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경제 분야에서 뭔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 주려 한다는 것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 서강대학교 안찬일 교수의 말입니다.

"65주년이라는 의미, 김정일의 권력 피로감도 상당하고, 그렇기 때문에 올해 10월10일경 당 창건 65주년에는 김정은을 깜짝 등장시켜 7차 당 대회를 연다든지 이런 이벤트를 통해 3세 세습을 전면에 공식화 할 수 있습니다."

안찬일 교수는 또 북한의 공동사설 변화가 평양 내부의 권력 판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등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을 압박하는 등 강경 노선을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동사설에서 '국방공업'을 강조하는 표현이 없는데다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강조한 것은 군부 대신 평양에 비교적 온건한 세력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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