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수교 이후 비약적인 관계 진전을 이뤄온 한국과 중국은 올 한 해 정치 외교 경제 분야에서 전면적이고 심도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국은 특히 지난 해 맺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내실화 하는 데 주력했는데요, 중국 베이징의 온기홍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올 한 해 한-중 관계를 되돌아 보겠습니다.
문) 먼저, 올 한 해 한국과 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답) 올 한 해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해였습니다. 지난 해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치우친데다 한-중 지도부 간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고위급 채널도 사라지면서 한국과 중국 간에 오해가 생겼고, 이는 두 나라 관계의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두 나라 정상은 지난 해 5월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 간 실질적인 전략관계 구축은 멀어 보였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안고 올해를 맞은 한국과 중국은 두 나라 관계를 내실화하면서 상호 이해와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했습니다.
문) 그럼, 한국과 중국은 올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내실화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였나요?
답) 무엇보다 상호 고위층 교류와 채널 복원 시도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명박 한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외국에서 열린 주요 국가정상 모임에서 잇달아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강화를 도모했습니다.
또한 중국 쪽에서는 지난 4월 권력서열 5위인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이 한국을 방문했고, 올해 마지막 달에는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했는데요, 이를 통해 두 나라 간 고위급 인사교류 유지, 경제 교류 확대, 전략대화 강화 등에 합의했습니다. 한국 쪽에서는 연말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류우익 초대 비서실장를 주중대사로 임명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문) 중국 정부는 류우익 대사 임명을 무척 반기고 있다지요?
답) 네. 류우익 신임 주중 한국대사 임명과 관련해, 중국 쪽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를 중국주재 대사로 임명한 것은 한국 정부가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류우익 대사의 아그레망이 한국 정부가 중국에 요청한 지 17일 만에 부여됐는데요, 보통 1개월이 걸리는 아그레망 부여 절차가 이번에 이례적으로 빨리 처리된 것에 대해, 중국은 한국과의 양자관계를 중시하는 차원에서 아그레망 절차를 빨리 마쳤다고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문) 사실 한-중 간 현안들도 적지 않을 텐데요, 주요 현안들로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요?
답) 먼저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의 현안을 꼽으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외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인식 차이, 반한 및 반중 정서, 이어도 영토 분쟁, 중국 어선의 한국 영내 불법조업 문제 등 잠재적 마찰 문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특히 외교적으로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6자회담 재개, 그리고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포함한 탈북자 처리 문제 등도 한국과 중국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며 풀어야 할 중대한 현안입니다.
문) 한국으로서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중시할 텐데요, 양국 간 교역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죠?
답) 1992년 수교 당시 63억7천만 달러였던 한-중 간 무역 규모는 지난 해 2008년 1천6백83억 달러로 26배가 늘었고, 올해는 이 보다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봤을 때,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일본과 미국 두 나라와의 교역량을 합친 것에 버금가는 것으로 중국은 한국의 제1위 교역 대상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도 중국의 4위 수출국이자 2위 수입국으로 올라섰습니다. 한국은 올해도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한-중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간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는 2013년에는 한-중 무역 규모가 2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앞서 언급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답) 한국과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해 두 나라 간 산∙관∙학 공동연구를 시작해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중국 농산품 수입을 꺼리는 농민들의 우려와 불만을 감안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한-중 FTA 추진에 적극적인데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지난 12월 17일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에방한 자리에서 FTA가 체결되면 2013년까지 한-중 무역 규모가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한-중 FTA 협상을 촉구했습니다.
문) 경제교류 확대에 발맞춰 양국 간 인적 교류 역시 크게 늘고 있겠죠?
답) 그렇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17년이 되면서 양국 방문객이 한 해 600만 명에 이르고 있는데요, 먼저 한국인의 중국 진출 현황을 보면, 지난 해 금융위기에 다른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로 적지 않은 한국 교민들이 한국으로 되돌아 갔지만,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올해 1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베이징에 가장 많은 20만 명이 거주하고 한국인 1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중국 내 도시는 14개입니다. 베이징에서 한국인 10만 여명이 거주하는 왕징 지역은 코리아타운으로 변모했습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은 6만5천 명 가량에 달하면서 중국 내 외국 유학생의 30% 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국 상사 주재원과 자영업자들의 중국 진출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조선족을 중심으로 55만 명 이상이 한국에 진출해 있고,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중국과 한국 사이에 전방위 교류가 확대되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친한국 정책'으로 전환되는 조짐은 없는지요?
답) 그 같은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태도는 남북관계에서 일방적인 '친한 정책'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곳 국제 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실제 중국에서 봤을 때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이른바 '순망치한' 같은 존재로서 절대로 방치하거나 멀리할 수 없는 우방입니다. 중국이 비록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에 참여하면서도 북한과의 비군사적 교류를 여전히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데서 보듯,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철저히 실용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해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수립에 합의한 직후인 6월 중국은 북한을 배려해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가로 북한을 방문했고, 이달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에 이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측면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