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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북한 뉴스 결산] 6. 남북관계


2009년 한 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혔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가 가시화 되고 화폐개혁이 단행되는 등 큰 변화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뉴스를 정리하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일곱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2009년 북한 뉴스 결산, 오늘은 여섯 번째 순서로 대결과 대화가 교차하며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남북관계에 대해 알아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올해 남북관계는 북한 군부의 강경 성명으로 싸늘하게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새해 벽두인 지난 1월17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대남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을 발표했습니다.

“외세를 등에 업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부정하고 대결의 길을 선택한 이상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부득불 이를 짓부수기 위한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남북 간 육로 통행을 차단한 지난 해 12.1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킨 행동이었습니다.

남북경협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은 12.1 조치로 공단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합니다. 설상가상으로 3월30일 개성공단에서 현대아산 근로자인 유성진 씨가 체제비방 등의 혐의로 북한 당국에 억류되면서 한국 내 대북 여론도 악화일로를 걷게 됩니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대외환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가 나빠지자 4월과 5월 각각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이를 강력히 비난 했고 북한은 한국이 6.15 공동선언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개성공단 관련 법규와 계약들의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당시 북한의 조선중앙TV 발표 내용입니다.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그동안 남측에 특혜적으로 적용해 온 관련 법규들과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한다.”

하지만 북한은 개성공단을 곧바로 폐쇄하는 대신 한국 측에 근로자 임금과 토지임대료의 대폭 인상을 요구합니다. 북한의 이 같은 강경 조치는 역설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는 남북 당국 간 만남의 계기가 됩니다.

7월 한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유성진 씨 석방 문제가 걸림돌이 돼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8월 들어 북한은 갑작스럽게 평화공세에 나섭니다.

북한은 12.1 조치를 전면 해제해 육로 통행과 개성공단 체류 인원 제한 등을 풀었습니다.

또 대북 관광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으로 초청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허용하고 억류 근로자 유성진 씨를 석방합니다.

현 회장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추석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5개항의 교류사업에도 합의합니다.

북한의 평화공세의 절정은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맞아 조문사절단을 한국에 보낸 일이었습니다.

조문단을 이끈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합니다.

이같은 북한의 평화공세로 남북한은 제한적이나마 대화국면에 들어갑니다.

9월 말에는 현정은 회장이 북측과 합의했던 추석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금강산에서 열립니다.

한국 정부는 하지만 북측의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 제의에 대해선 “민간기업을 통한 회담 제의는 공식 제의로 보지 않는다”며 거부합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한국 측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합니다. 한국 정부는 옥수수 1만t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북측은 이를 ‘속통 좁은 처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애매모호한 대화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0월 물밑에서의 남북 고위급 접촉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한국의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통전부장 간의 싱가포르 접촉설이 퍼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언론에 속속 보도됐습니다.

이 문제는 뒤이어 11월 실무자급 물밑접촉으로 이어졌다는 보도와 함께 아직도 진행형일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대청해전’으로 이름 붙여진 세 번째 서해상에서의 교전이 터져 또다시 남북관계를 요동치게 합니다. 11월10일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한 것이 빌미가 돼 1, 2차 연평해전에 이어 7년 만에 남북 간 교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당시 한국의 합동참모본부 이기식 정보작전처장의 브리핑 내용입니다.

“금일 오전 11시27분쯤 북한 경비정이 서해 대청도 동방 6.3마일 지점에서 NLL을 1.2마일 침범해 우리 함대에서 수 차례 걸친 경고통신을 하였으나 계속 침범하였습니다. 이에 우리 고속정이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하자 북한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을 향해 조준사격을 가해 와 이에 대응사격을 실시하여 북한 경비정을 퇴거조치 하였습니다.”

하지만 12월8일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으로 미-북 양자 접촉이 이뤄집니다. 북 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이뤄진 양자 접촉의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나아가 비핵화 의지 천명 여부에 따라서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 자명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외부요인의 변화 때문인지 12월 들어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신종 독감 치료제 지원 검토를 지시한 직후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치료제 50만 명 분 지원 계획을 신속하게 발표했습니다.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타미플루 등 신종 플루 치료제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서 정부는 12월18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서 개성으로 치료제 등 지원물자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개성공단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남북한 공동 해외공단 시찰도 협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한국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올해가 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연계 여부를 놓고 남북한 당국의 본질적 인식 차이를 확인하는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입니다.

“핵 문제를 남북관계와 연계시키려는 남한 측 입장과 핵 문제를 남북관계와 분리하려는 북한 측 입장이 충돌하는 그런 측면들이 있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남북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기 보다는 핵 문제가 풀려가는 데 있어서 남북관계는 거기에 붙어서 가는 이런 과정이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고…”

이 때문에 6자회담 재개 등 북 핵 문제 진전 여부가 내년 남북관계를 결정지을 주요 변수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지금 현재 미-중 간의 큰 틀 속에서 북-중, 북-미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2월 초까지 6자회담이 재개되면 6자회담 재개에 발맞춰 남북 당국 간의 복원이라든지 당국 간의 대북 지원, 이런 것도 어느 정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내년도에 남북관계가 조금 더 발전할 그런 하나의 그 경향성도 있다, 이렇게 봅니다.”

일부에선 내년 한국의 지방선거 뒤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안팎의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질 가능성을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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