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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북한 뉴스 결산] 4.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체제


2009년 한 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혔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가 가시화 되고 화폐개혁이 단행되는 등 큰 변화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뉴스를 정리하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일곱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2009년 북한 뉴스 결산,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최원기 기자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체제 문제를 알아봅니다.

문) 최원기 기자, 올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후계 문제가 특히 큰 관심을 끌었지요?

답)그렇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 문제는 모두 지난 해 시작돼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졌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해 8월 뇌졸중을 앓은 뒤 석 달 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그 해 연말을 기해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이 후계 문제 등을 워낙 쉬쉬 하는 바람에 알려지지 않다가 올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후계 문제를 하나씩 짚어봤으면 좋겠는데요. 먼저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부터 알아볼까요?

답)지난 해 여름 뇌졸중을 앓은 김정일 위원장은 그 해 10월 초 활동을 재개한 뒤 11월에는 자강도 강계를 방문하는 것으로 자신의 건재를 알렸는데요.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은 올해 적어도 1백56회에 걸쳐 군 부대와 공장 등을 현지 지도했는데요, 이는 지난 해에 비해 1.7배나 많은 것입니다.

문)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김 위원장의 공식 석상 모습을 살펴 보는 것일텐데, 어떻습니까?

답)공식 행사에 참석한 김정일 위원장의 동영상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7월 8일이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1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는데요. 추모대회가 시작되자, 김 위원장은 다리를 절룩거리며 식장에 들어섰습니다. 이전에 비해 다소 수척하고, 한쪽 입 꼬리가 오른쪽으로 올라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관측통들은 현지 지도 횟수와 동영상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이 가벼운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지만 국정을 돌보는 데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문)김 위원장의 건강은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서도 확인됐지요?

답)그렇습니다. 미국은 지난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유심히 살폈는데요.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상당히 건강한 상태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시죠.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상당히 건강하며, 권력을 굳게 장악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문)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맞물려서 후계 문제가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김 위원장이 언제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봐야 할까요?

답)미국 내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해 12월과 올 1월께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씨는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으로 재직하면서 평양을 관찰했는데요. 와일더 씨에 따르면 지난 해 8월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몇 달 간 북한 내부가 조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해 연말을 기해 북한에서 후계 작업이 시작되는 ‘모종의 신호’가 포착됐다는 것입니다.

문) 후계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신호가 포착됐다는 것인가요?

답)와일더 씨에 따르면 미국은 노동신문을 주목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노동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지난 2월16일 사설을 실었는데요, 이 사설은 ‘백두의 혈통 계승’을 상당히 강조했다고 합니다. 당시 백악관은 이를 북한에서 후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와일더 씨는 밝혔습니다.

“와일더 씨는 노동신문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에 사설을 통해 백두의 혈통 계승을 강조한 것은 1997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문)노동신문 사설 이외에 북한에서 후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또다른 증거나 징후가 나타났습니까?

답)북한의 후계 작업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것은 한국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 내용과, 김정은의 이름이 새겨진 선전 벽보,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 등 3가지입니다. 우선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획책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한국의 국정원은 어떤 정보 보고를 했습니까?

답)한국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후계 문제에 대해 비공개로 설명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원세훈 원장은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선전 벽보는 또 무엇입니까?

답)그것은 타이완의 한 사진작가가 지난 9월 원산 방문 중 길거리에 내걸린 선전 벽보를 촬영한 것인데요. 이 벽보에는 북한이 최근 보급하고 있는 ‘발걸음’ 노래 가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영광,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가 선명히 보입니다.

문)북한이 국방위원회를 개편한 것도 후계체제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답)그렇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를 개편하면서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회에 포함시켰는데요. 관측통들은 장성택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문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일텐데, 전망이 어떻습니까?

답)전문가들은 후계체제와 관련한 가장 큰 변수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꼽고 있습니다. 만일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7-8년 정도 권좌에 있으면서 후계 작업을 마무리 할 경우, 김정은에로의 권력세습에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2-3년 안에 또 다시 쓰러지거나 사망할 경우, 올해 27살에 불과한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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