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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폐개혁 단행 나흘 만에 공식 확인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나흘 만인 오늘(4일)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처음 공식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대변지 역할을 하고 있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보도를 통해선데요, 북한은 이 조치가 사회주의 원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외적으로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달 30일부터 북한 전역에서 화폐 교환사업이 시작됐다고 4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신보의 보도는 북한에서 화폐교환이 시작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북한 당국이 직접 발표 대신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식 확인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 때까지 화폐개혁 사실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한국 정부도 이번 보도를 사실상 북한의 공식 확인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정부도 북한 당국이 중앙은행 책임부원을 인용해서 화폐교환 사실을 확인한 보도를 했기 때문에 화폐교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선신보는 "11월30일부터 국가적 조치에 따라 중앙은행이 발행한 새 화폐와 지금까지 써 오던 낡은 돈을 바꾸는 교환사업이 오는 6일까지 진행된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또 " '새 돈을 발행함에 대하여' 라는 제목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나왔고 이 집행을 위한 내각결정도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새로 발행된 북한 지폐는 5천원, 2천원, 1천원, 500원, 200원, 100원, 50원, 10원, 5원 등 9 종류이고 동전은 1원, 50전, 10전, 5전, 1전 등 5 종류입니다.

또 새 돈과 기존 화폐의 교환비율은 1백 대 1이지만 저금소에 저축돼 있는 돈은 10 대 1로 쳐 새 돈으로 바꿔준다고 신문은 밝혔습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화폐교환 과정에서 한도액이 어떻게 설정됐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중앙은행 조성현 책임부원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화폐교환 조치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가 유통되는 화폐량을 줄이고 화폐의 가치를 높이자는 데 있다"며 "앞으로 상품가격은 가격조정 조치를 취했던 지난 2002년 7월 수준이 될 것인데 당시에는 쌀의 국제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상품가격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책임부원은 또 "앞으로 상점과 식당 등에서 외화로 주고 받는 일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이나 해외동포들이 가는 상점, 식당에서도 화폐교환소에서 외화를 조선 돈으로 교환해 쓰게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책임부원은 특히 이번 조치가 자유시장경제로 나가기 위한 준비라는 관측을 부정하면서 "경제관리에서는 사회주의 원칙과 질서를 더욱 튼튼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오히려 시장의 역할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화폐개혁 조치를 단행한 뒤 나흘 동안 대외적으로 침묵을 지키다가 이처럼 우회적 방법으로 공식 확인한 데 대해 북한체제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입니다.

"북쪽에는 항상 이런 게 있어요, 이 교환 조치 자체가 어떻게 보면 개혁적 성향이 있거든요, 갑작스럽게 진행해야 된다든가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외부에 이 것을 알렸을 때에 체제가 어떻다든지 여러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차단을 한 것으로 봐야죠."

또 이번에 발행된 50원, 10원, 5원권 지폐에는 발행일이 '주체91 2002'로 그리고 나머지 6종의 지폐에는 발행일이 '주체97 2008'로 찍혀 있어 지난 2002년 화폐개혁을 추진했다가 백지화한 뒤 지난 해부터 다시 추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신보는 이번 조치가 전격적으로 취해졌지만 궤도전차, 지하철도 등이 운영되고 있어 시민들은 정상적으로 출근길에 오르고 있고 4일부터 평양시내 상점과 식당들도 새 가격이 설정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연합뉴스는 북-중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는 대북 무역상들의 말을 인용해 "새 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북한 중앙은행의 저금소들이 한산한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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