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월30일, 17년 만에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개혁은 기존 화폐의 명목가치를 1백분의 1로 떨어뜨린 새 화폐와 바꾸는 파격적인 조치로, 이로 인해 상업 행위가 중단되는 등 북한사회에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11월30일 1백 대 1의 비율로 옛 화폐와 새 화폐를 맞바꾸는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1일 평양발로 북한 외무성 관리가 평양주재 외교단에 화폐개혁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화통신은 북한 외무성 관리가 평양주재 외교관들에게 11월30일부터 현재의 화폐 사용을 중단한다고 통보하고, 11월30일부터 12월6일 사이에 현재의 화폐를 새로운 화폐로 교환하도록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등 한국 내 복수 언론들도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전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한 무역일꾼들은 "당국이 11월30일 오전 11시부터 전격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며 오후 2시부터 화폐교환이 시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또 세대당 또는 1인당 화폐교환의 한도액을 옛 화폐를 기준으로 10만원 정도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은 첩보 수준으로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다만 첩보 수준에서 북한 화폐개혁과 관련한 그런 첩보들은 있었습니다만 아직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 부는 유관기관과 함께 관련 사실을 다각적으로 확인 중에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화폐개혁은 지난 1992년 이후 17년 만의 일입니다.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유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임금과 물가를 현실화한 2002년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 화폐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암거래 시장에서 유통되는 지하자금을 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겨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번에 취한 1백 대 1의 화폐 개혁 조치는 예를 들어 1천원짜리 옛 화폐를 10원짜리 새 화폐와 바꾸는 조치로, 이로 인해 북한사회에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화통신은 "당국으로부터 새로운 가격이 아직 하달되지 않아 물건을 팔 수 없는 상태"라는 평양 시내 상점 점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평양 시내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 '데일리 NK'는 장마당도 상행위가 중단되면서 상인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이와 관련해 실제 거래가격의 기준 역할을 하는 당국으로부터의 책정 가격이 나오기 전까지 상인들이 물건을 갖고 있으려는 심리가 강해 거래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내부의 기업소나 아니면 상인들이 이제 상업 행위를 할 때 기존의 물품자체 가격을 새로 책정을 해야 되는데 그 가격 자체가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지 그 다음에 가격을 어떻게 부과를 해 가지고 해야 되는 건지 이런 걸 잘 모르기 때문에 아마 일시적으로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을 할거고 그에 따라가지고 거래 자체가 아마 중단이 될 것 같고요."
이와 함께 이번 조치로 숨겨놓은 재산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일부 북한주민들이 중국의 위안화나 미국 달러화로 바꾸려 몰리는 바람에 암거래 시장에서 이들 화폐가치가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일리 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인민보안성의 모든 인력이 주민통제에 나섰고 국가안전보위부와 군 부대까지 비상대기령이 발령됐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