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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광객 '내내 압도 당하고 어리둥절해'


지난 8월 닷새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한 한국계 미국인은 북한에 머물렀던 내내 뭔가에 압도 당하고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관광객들에게 선별된 모습만 보여주는 것에 더해 거짓 상황을 연출한 것 같았다고 말했는데요.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동부의 명문 브라운대학교에서 인종학을 강의하는 한국계 미국인 마리 리, 한국 명 이명옥 씨는 지난 8월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리 씨와 평양 출신인 리 씨의 어머니, 그리고 브라운대학 학생들과 미국 내 여러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19명의 관광단은 닷새 동안 평양과 개성을 관광했습니다.

리 씨는 20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있는 내내 압도 당하고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실물보다 훨씬 큰 동상들과 거대한 기념물들, 5차선 대로 등 평양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에 압도 당했다는 것입니다. 리 씨는 이와는 반대로 평양만 벗어나면 전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자연미가 생생히 살아있는 것에도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19명의 방북단을 흔들어 놓은 사건은 개성에서 벌어졌습니다. 비무장지대를 둘러본 뒤 버스를 타고 산악지역을 이동하던 중 한 학생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를 촬영한 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리 씨는 사진을 찍은 브라운대학 여학생이 병사들에 의해 버스 밖으로 끌려나가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안내원과 함께 울면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 병사들은 이 학생에게 소리를 지르며 사진을 일일이 검사하고, 사진 대부분을 지우도록 했습니다.

리 씨는 이 사건으로 관광단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평양에 미국영사관이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사건으로 의기소침해진 관광단은 인근 산으로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게 됐습니다. 이때 만난 수 십 명의 북한인 행락객들은 음식을 펼쳐놓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미국 관광객들의 입에 음식을 직접 넣어주며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리 씨는 평일 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소풍을 즐기는 모습이 의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주민들과 말하지 말라고 누누이 당부했던 안내원은, 이 날은 주민들과 어울린 지 20분이나 지나서야 다가와 가볍게 충고만 했다는 것입니다.

리 씨는 북한주민들이 즐겁게 소풍을 즐기는 상황이 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연출된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관광을 주선한 매튜 레이첼 씨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북한에서 본 것 중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했습니다.

레이첼 대표는 19명의 관광객들이 북한을 떠나 중국 선양의 한 찻집에서 4시간 동안 여행을 되돌아보는 동안, 어디까지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고, 어디까지가 우발적인 것인지에 대해 오랜 시간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레이첼 대표는 그러면서 사람마다 의심의 정도가 다르지만, 자신은 관광을 주선하는 입장에서 북한에 대해 추측하지 말고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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