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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들, ‘베트남 내 탈북자 보호 거의 전무’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베트남 정부만 탈북자 보호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남아시아를 경유하는 탈북자들 가운데 북한에서 바로 탈출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내 탈북자 상황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 9월 말이었죠? 탈북자 9명이 베트남주재 덴마크대사관에 진입한 뒤 한 달여 만에 한국으로 출발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베트남 내 탈북자 상황에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별 진전이 없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저희가 이미 전해드렸듯이 탈북자들의 덴마크 대사관 진입은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베트남 내 상황을 개선시킬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데요. 이를 지원했던 인권 운동가 김상헌 씨는 지금까지 베트남 뿐아니라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무 진전이 없습니다. 전혀 한국사회가 관심이 없습니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유일하게 탈북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덴마크대사관 진입을 계기로 베트남 정부, 그리고 베트남주재 한국대사관의 관심과 외교적 노력이 가속화되길 기대했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김상헌 씨는 특히 베트남주재 한국대사관이 매우 비협조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동남아에 있는 모든 한국대사관이 탈북 동포들을 받아주고 있거든요. 월남에서만 안 받아주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 (9명 탈북자들) 이 사실 먼저 한국대사관에 갔다가 안돼서 덴마크대사관에 간 것이거든요. 받아라 왜 안 받느냐?”

문) 그럼 베트남과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4년 베트남에서 탈북자 4백68명을 전세기로 데려온 뒤 북한 정부의 반발로 남북 대화가 끊기자 6개월 뒤 탈북자를 대규모로 입국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베트남을 통한 탈북자들의 한국행은 거의 단절됐습니다.

문)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등 다른 나라들이 모두 한국대사관의 탈북자 보호에 협력하고 있다면 굳이 베트남을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도 같은데요. 이유가 뭔가요?

답) 중국 내 탈북자들이 지형적으로 가장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도시가 하노이이기 때문이라고 운동가들은 말합니다. 김상헌 씨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굉장히 길이 짧아집니다. 비용도 월등히 덜 들고. 베트남의 하노이는 중국 국경 넘어 몇 시간 만에 하노이가 나옵니다. 라오스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자동타를 타고 가야 비엔티엔까지 갈 수 있습니다.”

또 캄보디아는 베트남을 경유해 가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힘들고 태국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배를 타고 메콩강을 몇 시간 가야 하는 불편과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베트남이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적합한 곳이란 얘기입니다.

문) 그런데,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탈북 중개인들은 이런 인권 운동가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인권 운동가들의 활동이 오히려 베트남 정부를 자극해 탈북자들의 탈북 경로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 중개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게 뉴스에 뜰 정도로 그렇게 되면 솔직히 베트남 정부에서도 다 사회주의 나라고 북한과 그런 관계도 있는데, 우리는 떠나 다음 탈북자들이 힘든 것이죠.”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중개인들은 주로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받아 캄보디아나 태국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 통로가 막히면 탈북자들의 통로 뿐아니라 자신들의 수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가 깔려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태국 상황을 살펴보죠. 최근 몇 달 동안 태국 북부 국경지대에서 탈북자들이 여러 차례 경찰이나 국경수비대에 체포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왜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건가요?

답) 현지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이 체포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체포된 탈북자 규모가 조금 많아져 지역 언론이 보도하면 대외에 알려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대개 넘어가는 것이지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상헌 씨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그것에 대해서 저희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국에 와서 잡히든 한국대사관에 찾아 들어가든 길은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처럼 강제북송 될 위험이 없는데다 나중에 태국 당국으로부터 재판을 받는 것도 같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오히려 체포되면 방콕까지 자동으로 이송되기 때문에 위험부담과 경비를 아낄 수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래서 태국에 들어온 뒤 스스로 경찰을 찾는 탈북자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문) 한국대사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역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태국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태국 경찰에 체포되면 한국대사관에 신원이 통보돼 보호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에 탈북자들에게도 불이익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최대한 빨리 탈북자들의 출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요즘에는 평균 한 달 정도만 대기하면 한국에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적어도 반 년 이상 걸리던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빨라졌네요. 끝으로 최근 동남아를 거쳐가는 탈북자들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도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중국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탈북자들이 많았는데요. 한국 내 탈북자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북한 내 가족들을 데려오려는 시도가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개인 김모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북한에서 바로 나오신 분들이 많아요. 한국에 간 탈북자들이 2만 명이 넘어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 가족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워낙 북한에서 국경 경비를 강화하다 보니까 북한에서 중국 넘어오는 선이 이 곳 보다 더 강해요.”

이 중개인은 올해 전체 비율로 보면 아직 중국에 적어도 몇 년 이상 머문 뒤 한국으로 가는 탈북자들이 더 많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은 자신이 담당한 탈북자 가운데 70% 이상이 북한에서 바로 한국으로 가는 탈북자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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