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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PR, `북한은 오웰식 전체주의사회’


미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NPR이 최근 방북했던 루이자 림 기자의 북한 방문기를 방영했습니다. 닷새 동안 평양과 지방을 둘러본 루이자 림 기자는 북한을 ‘감시와 통제 위주의 조지 오웰식 전체주의사회’로 묘사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 논의를 위한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의 루이자 림 기자가 최근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루이자 림 기자는 평양이 ‘시계바늘이 멎은 것 같은 한적한 도시’였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차량이 별로 없었고, 전기로 움직이는 구식 전차와 버스가 일부 눈에 띄었지만 그나마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버스를 타는 대신 주로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고 림 기자는 전했습니다.

루이자 림 기자는 또 북한이 조지 오웰의 작품 ‘1984년’에 등장하는 전체주의적 사회를 연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1984년은 국가 권력이 정보통제를 통해 사실을 조작하고 국민을 세뇌시키는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데, 북한이 바로 그런 나라라는 것입니다.

루이자 림 기자는 북한이 조지 오웰식 사회라는 근거로 평양에서 본 비디오를 예로 들었습니다. 림 기자가 평양의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관’에서 본 이 비디오는 한국전쟁을 주제로 한 것인데, 많은 부분이 북한 측 주장대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왜곡의 한 가지 사례는 지난 1950년 6월 북한이 남한을 기습적으로 침공해 시작된 한국전쟁에 대한 묘사입니다.

북한은 한국전쟁이 미국의 침략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루이자 림 기자가 전쟁의 기원에 대해 묻자 림 기자를 안내하던 ‘미세스 리’라는 이름의 북측 안내원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북한 안내원은 1948년에 독립했을 때 북한은 조그만 나라였으나 미국은 이미 강대국이었다며, 꼬마가 힘센 어른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북한의 역사 왜곡은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휴전으로 끝났지만 북한의 선전 비디오는 북한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미 18년 전 한국에서 제거된 미국의 핵무기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남한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사실 왜곡은 대동강변에 전시된 푸에블로호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미 해군의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호는 지난 1968년 공해상에서 북한군에 나포됐습니다. 당시 이 배에 타고 있던 푸에블로호 승무원 83명은 11개월 간 북한에 억류돼 있으면서 온갖 고문과 구타를 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승무원 일부는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데 대해 북한 정부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보여준 비디오는 억류됐던 미 해군 승무원들이 ‘대우가 생각보다 좋았다’고 쓴 편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가 언제 쓰여졌는지는 언급이 없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루이자 림 기자가 ‘승무원들이 구타를 당한 것이 사실이 아니냐’고 묻자 북측 안내원은 즉각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북한 안내원은 승무원들이 구타를 당하지 않았다며, 비디오를 보지 못했냐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안내원은 이 편지는 승무원이 미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승무원들은 필요한 것을 모두 제공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이자 림 기자는 그러나 철옹성 같은 북한체제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림 기자는 평양 방문 중 들른 식당에서 북한 여성이 ‘화면 반주기’의 반주에 맞춰 캐나다의 여가수인 셀린 디옹의 영어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는 것을 봤습니다. 또 지방으로 가는 도중 한 북한 남성이 값비싼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루이자 림 기자는 북한이 바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다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선전물과 안내원들은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해 ‘호전광’ `도적’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간 채 “좀더 지켜 봅시다”라고 말했다고 루이자 림 기자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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