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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통신] 13년간 유보된 노동법 조항 시행 논란


이번 한 주 한국에서 일어난 주요 뉴스를 통해 한국사회의 흐름을 알아보는 강성주 기자의 서울통신입니다. 서울의 강성주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문) 한국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997년부터 13년 동안 시행을 유보해 온 노동법 조항 시행을 놓고, 양측이 긴장 상태에 돌입한 것 같은데요?

답) 네,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 줄여서 ‘노동법’이라고 하는데, 이 노동법상, 내년 1 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하는 두 개의 조항 즉, ‘사업장 별로 근로자들이 복수의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조항’의 시행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서로 의견의 차이가 너무 커서 지금 긴장이 높아 가고 있습니다.

문) 문제가 되는 쟁점조항에 대해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죠.

답) 네, 먼저 ‘사업장 별로 근로자들이 복수의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조항’과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 회사 측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조항’은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이 돼 있어 지난 1997년부터 시행돼야 하는 조항인데, 노조와 회사 측이 각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시행을 세 차례에 걸쳐 모두 13년을 연기해 왔는데, 이제는 이 법을 시행할 때가 됐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 조항의 시행 연기에 있다고 판단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년 1월 1일부터는 시행하겠다고 잇따라 밝히고 있습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한국 국민은 한국의 노동운동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노동부 장관을 하는 동안 과거와 같은 균형에 맞지 않는 노동문화를 바꾸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임 장관은 이어서 법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게 돼 있는 복수 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은 원칙에 입각해 시행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문) 이러한 정부의 입장 천명에 따라, 노동단체와 여기에 동조하는 야당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노동계는 왜 이 조항의 시행에 반대하는 겁니까?

답) 우선 한국 노동계는 문제의 두 조항 가운데 첫 번째 즉, 사업장 별로 복수 노조를 허용하는데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창구의 단일화 다시 말해 여러 개의 노조를 허용하되, 사용자인 회사 측과의 대화 창구를 하나로 단일화 하는 데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두 번째 조항, 즉 노조 전임자에 대해 회사 측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의 시행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장석춘 한국노총위원장]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강제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말살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반노동운동적 책동임을 분명히 확인하고, 100만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반드시 저지할 것을 결의하였다”

비교적 온건한 노선의 한국노총과 강경한 노선의 민주노총 모두 정부가 이 두 조항을 시행할 경우, 총파업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반대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습니다.

문)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 측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대해, 한국의 노동조합들이 왜 그렇게 심하게 반대하는지요?

답) 노조 전임자는 말 그대로 회사원이기는 한데, 회사 일은 하지 않고,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노동조합의 일만 하는 직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처럼 노동조합 일만 하는 사람은 노동조합에서 임금을 받는 것이 세계적인 표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노조 일만 하는 전임자에게 회사 측이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회사 측에 반대하지 말라는 의미로 주는 검은 돈 즉 일종의 뇌물로 간주해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은 만약 노조원이 내는 조합비를 갖고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면 노동조합은 돈이 없어서 노조 활동은 불가능해 진다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 내의 크고 작은 노동조합에서 전임과 반 전임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1만1천여 명 정도로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규모는 4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4천억원이 넘는 임금은 현재 징수되는 노조 조합비의 90% 정도로, 전임자 임금을 주고 나면 돈이 없어서, 노조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노조 측 주장입니다.

문) 노동법 시행을 13년이나 연기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은 노조 측과는 많이 다르겠지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노조가 활동비에 압박을 받는 것은 한국 노동조합의 전임자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니까, 전임자를 줄이던지, 조합비를 올리든지, 조합이 알아서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1997년부터 13년을 기다려 왔는데, 또 이 법의 시행을 반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노동조합 전임자 수가 조합원 숫자에 비해 너무 많다고 말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근로자 1백80명 당 전임자 1명인데 비해, 일본은 5백 명에서 6백 명에 한 명, 미국은 근로자 8백 명에서 1천 명에 전임자 1명, 유럽연합은 근로자 1천5백 명에 전임자 1명 꼴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한국 노동조합에 전임자가 많은 것은 노조가 전임자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전임자를 자꾸 늘린 결과이며, 늘어난 전임자들은

뭔가 일하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노사 간에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고, 강경 쪽으로 노조의 투쟁 방향을 몰고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제는 한국의 노동조합도 국제적인 표준에 맞게 변화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문) 한국 정부가 이 법의 시행을 강행할 경우, 노동조합들은 파업 등 단체 행동을 통해 법 시행을 막으려 하겠지요?

답) 그렇습니다. 온건노선의 한국노총이 어제 노동법 시행을 밝히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연말 총파업을 결의했습니다. 또 강경 노선의 민주노총도 오는 21일 한국노총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정부의 이러한 법 시행 방침에 대해서는 온건과 강경이 문제가 아니고 노조의 존립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최대한 반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 긴장이 높아 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그 결과에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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