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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 다시 나서나?


최근 북한 군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북한 군부는 지난 12일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어제 (15일) 는 한국 해군이 서해상에서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군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군부가 또다시 남북관계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해군사령부는 15일 한국 해군이 북한 영해를 계속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북한 군부는 남북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 뒤에는 행동이 따르게 된다”고 위협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동해상에 5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군부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역할 분담’과 ‘불만 표출’이라는 2가지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역할 분담론’은 평양의 수뇌부가 한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군부에 그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자문관을 지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은 협상을 앞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북한 특유의 전술이라며, 이번에도 그런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과거 서울의 북한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김승철 씨도 북한 같은 독재체제에서 군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군부가 필요하면 군부가 역할을 하고 당이 필요하면 당이 하는 것이지, 군부가 지금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파워를 가진다는 것은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러나 서울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북한 군부의 역할은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말합니다. 안보를 책임진 군부가 핵 문제나 남북관계 같은 분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 같은 군부의 견해를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군부 입장에서 보면 남북관계에서 대화 노선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것같습니다. 예를 들면 임진강 방류와 관련해 군부에서는 ‘그것은 우리 필요에서 방류한 것인데 굳이 유감을 표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같습니다.”

실제로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북한 군부는 지난 해 11월 판문점 적십자 연락대표부를 폐쇄한 데 이어 남북 직통전화를 차단했습니다. 또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차단하고, 올 1월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명의로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전면대결 태세’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인민군 총참모부 발표 내용입니다.

“외세를 등에 업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부정하고 대결의 길을 선택한 이상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대결 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북한 군부는 그동안 미-북 간 핵 협상에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에 따르면 군부는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과 북한 외무성 사이에 합의된 핵 불능화 작업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래리 닉쉬 박사는 당시 북한 외무성은 핵 시설 불능화를 위해 영변에 미국인 기술자를 파견하기로 합의했으나 그 후 `군부가 반대해 어렵다’며 입장을 번복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군부가 핵 폐기에 부정적으로 나오자 2007년 11월 당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 군부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끝내 군부 관계자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폐기와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대화와 대결이라는 엇갈린 신호를 함께 보낼 경우 미국과 한국 등은 평양의 진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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