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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용소, 주민 금품강탈 수단으로 악용’


북한의 수용소가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챙기거나 금품을 뜯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이 보고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에서 주민 통제와 탄압의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북한 공안이나 지방정부 관리들이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 팔다 체포된 사람들로부터 뇌물을 챙기거나, 체포된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짧은 기간 수용했다가 풀어주면서 금품을 뜯어내고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와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연구원은 2004년과 2005년 중국 내 11개 지역에서 1천3백46명의 탈북자들과 지난해 말 한국에서 3백 명의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개별 면접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밝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서 장마당을 통한 경제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북한 형벌제도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형벌제도에는 여전히 일반 범죄와 정치적 범죄에 대한 처벌 같은 전통적인 요소가 담겨 있지만, 지난 5-10년 사이 주민들로부터 금품을 강요하도록 조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지난 몇 년 사이에 경제적 범죄로 분류되는 행위의 범위 또한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공안이나 지방 관리들이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아무런 재판 없이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경제적 범죄로 인해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비율도 대단히 높아졌다고, 놀란드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놀란드 연구원은 북한에서는 중앙통제식 경제체제가 붕괴돼 주민들이 기본 식료품의 절반 이상을 배급이나 국영시장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가계소득의 거의 80%를 장마당 거래를 통해 얻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경제적 범죄를 비롯한 가벼운 범죄들을 다루기 위한 제도와 수감시설들이 크게 늘었다고 놀란드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이처럼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다가 체포된 사람들이 수감되는 시설의 환경이 대단히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중범죄자나 위험한 정치범들을 수감하기 위한 시설의 환경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다가 체포된 주민들은 끔찍한 수감시설에 갇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안이나 지방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사에 응한 탈북자 가운데 85%는 장마당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 뇌물을 제공해야 했다고 답했으며, 3분의 2는 공안원에게 붙잡혀 수용소에 보내진 뒤 한달 이내에 풀려났다고 대답했습니다.

한편 놀란드 연구원은 북한 공안원이나 지방 관리들은 장마당에서 거래를 하다 체포된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한달 정도 수감해 그 곳에 수용된 사람들이 고문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포심을 심어줘 장마당에서 거래를 하다 또다시 적발될 경우 쉽게 금품을 내놓을 수 있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공안원이나 지방 관리들이 이처럼 주민들을 자의적으로 단속할 수 있고, 그 처벌의 강도가 강할수록, 주민들로부터 금품을 뜯어내기가 더욱 쉬울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공안원이나 지방 관리들이 더욱 더 부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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