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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대화로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상봉 기대감 높아’


추석을 맞아 이뤄지고 있는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켜보는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그 감격을 함께 하면서도, 자신들의 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미-북 간 대화 재개 가능성으로 인한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상봉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큰 애가 64세…작은 애가 59세…또 할망구가 살아있으면 86세…

미국 서부 유타 주에 거주하는 올해 89살 노원찬 목사. 59년 전 한국전쟁 피난 길에 북한에 남겨둔 아내와 두 아들, 아내의 등에 업혔던 간난아이 막내가 살아있다면 지금쯤 어느덧 예순을 바라볼 나이라고 말합니다.

남한에서 40년, 그리고 미국에서 20년. 실향민으로 살아온 많은 나날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멀리 미국 땅에서 텔레비전으로 한국과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켜보면서, 그리움으로 목이 메입니다.

말로 다할 수가 없죠. 밤 낮 기도가 59년 동안… 그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눈물로 기도인데, 뭐 만날 수가 있어야죠, 어떻게…

북한의 금강산에서 열린 추석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가 28일 마무리된 데 이어, 오늘 (29일)부터 사흘 간의 2차 상봉이 다시 시작됩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상봉 행사를 지켜본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그 감동을 함께 한다면서도, 자신들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78살 최태선 씨의 말입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렵죠. 그 사람들 심정 뭐 우리가 같은 형편 아니예요? (우리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희망이 점점 줄어드는 거죠. 이제는 (가족들이) 살아있을까? 자꾸 의심이 가는 거죠.

미국에 이주한 지 34년이 되는 최 씨는 형제자매 6명을 북한에 남겨두고 한국으로 피난했습니다. 최 씨는 막내동생이 살아있다면 72살이라며, 북한의 형제자매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시절 뛰놀던 고향을 생전에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촌이죠, 조근만 어촌인데, 평양에 해산물을 대던 어항입니다. 평양 사람들은 한천하면 한천 꽃게 이런다구요.옛날에는 기차도 없고 전기도 없던 때입니다. 평양서 거기 가는 데 그 때는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버스로 3시간을 갔어요, 흔들리면서….

현재 북한에 이산가족을 남겨두고 있는 한국계 미국 시민의 수는 10만에서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들의 북한 내 가족 상봉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미국 내 한인단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전개돼 왔지만, 미-북 관계라는 정치적 걸림돌에 걸려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에는 미국 내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이 미 연방 하원에서 통과됐습니다. 법안은 이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구체적으로 국무부에 특별대표 (Special Representative on North Korea) 를 선임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당시 법안 통과를 위해 힘을 기울였던 이차희 전미 이산가족 위원회 사무총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 내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북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렇게 나올 수 도 있어요. 한국에 카드를 쓴 것처럼 미국에도…너무 이쪽에서 강경정책을 쓰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있다고 봅니다.

실향민들은 또 조만간 미-북 간 양자대화가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자신들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습니다. 최태선 씨의 말입니다.

저 사람들 태도를 봐서 미국 정부하고 어느 정도 타협이 되면 이쪽 사람들이 더 유리할 겁니다. 남한은 무시할려고 하는데 거기서 실질적인 원조를 받기 때문에 그 만큼 호응하는 거지 그러면서도 큰소리 치고 협박하고 그러는데, 미국한테는 그렇게 할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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