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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과기대의 이모저모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어제(16일) 준공식과 총장 임명식을 갖고 본격적인 개교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순수한 해외자본으로 설립된 북한 내 첫 대학이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어제 준공식 표정과 대학에 관한 이모저모를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어제 준공식 표정이 어땠는지 궁금하군요.

답) 평양 과기대 측은 교육성 고위 관리 등 북한 측 인사1백여 명과 미국과 한국 등 해외에서 초청된 1백20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과 총장 임명식이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16일) 행사에는 특히 미국 국제교육컨소시엄의 캐로린 비숍 회장과 세계무역센터협회의 존 딕슨 이사장, 로널드 엘리스 캘리포니아침례대학 총장 등 미국 내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습니다.

문) 평양 과기대 준공식,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답) 북한에 순수 해외자본으로 설립된 첫 대학이 문을 연다는 의미가 크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가 미국 시민권자인 김진경 총장에게 학교 운영권을 맡기고, 한국과 해외 전문가들이 직접 평양에 들어가 북한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허용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문) 그럼 북한 당국이 학사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겁니까?

답) 네, 평양과기대는 북한 교육성이 임명한 북한 측 총장과 김진경 운영총장 이렇게 공동총장 체제로 50년 간 운영되는데요. 학교 측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 교수임명권과 연구개발센터 등 산학협동단지의 조성 운영권이 모두 김진경 총장에게 부여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학교 측은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다양한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 내 경제산업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학교 규모는 어느 정도 입니까?

답) 평양과기대는 대동강 남쪽 낙랑구역 내 북한 정부가 제공한 30만평 대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현재까지 본부 건물과 학사, 종합생활관, 기숙사, 연구개발센터 등 17개 동에 2만 7천 평의 건축물이 완공됐는데요. 학교 측은 이 건물 안에 국제 수준의 화상 강의실, 전자도서관 등의 교육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학생 정원은 얼마나 됩니까?

답) 학교 측은 우선 150 명 정도로 시작한 뒤 궁극적으로4~5백 명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육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학제로 말씀 드리면 연구원과 박사원 과정을 개설한다는 얘기입니다. 학교 측은 정보기술과 산업공학, 농식품산업공학, 기업경영과 무역학부 등 경제개발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학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보건의료학부와 건축공학부를 확대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준공식과 개교는 다른 차원의 얘기인데 언제부터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겁니까?

답) 아직 개교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는데요.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와 교직원의 장기체류 문제가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가르치고 연구소를 운영하려면 그에 따른 컴퓨터 등 첨단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런 장비의 반입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북한 당국은 당초 건물 완공 뿐 아니라 연구소와 강의실에 모든 장비를 갖춘 뒤 준공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7월 갑작스레 준공식을 허가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등으로 강경책을 구사하던 북한 당국이 정책을 완화한 시기와 때를 같이한 것인데요. 하지만 개교 문제는 계속 정치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지난 2002년 착공식을 가졌지만 2년 뒤에야 본격적인 공사를 했고, 그 후로 5년 뒤에야 준공식이 열렸는데 아직 개교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평양과기대는 당초 연변과기대의 성공적인 운영을 목격한 북한 당국이 먼저 설립을 제의해 이뤄졌다고 학교 측은 밝히고 있는데요. 연변과기대는 사실 처음에는 매우 적은 대지에 건물 몇 동만을 완공한 채 별 주목을 받지 못하며 시작했지만 계속 성장을 거듭해 현재 중국 명문대로 꼽힌다고 합니다. 학교 측 관계자는 평양에서도 그런 이정표를 세웠지만 재정적 부담과 정치적 문제 때문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배경 때문에 학교에 재정을 지원하는 일부 관계자들은 북한과 국제사회 모두 조금씩 양보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양보를 의미하는 겁니까?

답) 정치성을 배제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먼저 강조하자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기재 반입 등을 대북 제재 해제와 연계하지 말고 먼저 개교를 허용한 뒤 순차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고, 국제사회는 교육 분야만큼은 먼저 제재를 풀어 컴퓨터 등 연구소 내 기자재 반입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문) 하지만 일부에서는 평양과기대의 움직임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고 하던데요.

답) 네, 구호는 훌륭하지만 결국 북한의 엘리트층 자녀들만 혜택을 받을 것이고, 또 졸업생 대부분이 정부에서 일하게 될 것인 만큼 체제의 공고화 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아직은 시기상조란 얘기죠. 그러나 학교 측과 다른 관계자들은 학교를 통해 북한 고위층이 국제사회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교류와 경제개발을 통해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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