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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증 ‘윤이상 흉상’ 반입 논란


북한이 한국의 경상남도 통영시에 기증했던 세계적인 작곡가 고 윤이상 씨의 흉상이 통일부가 반입에 난색을 표하면서 인천항 물류창고에 석 달 째 보관 중입니다. 반입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단체 측은 과거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윤 씨의 전력 때문에 통일부가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4월 한국의 경상남도 통영시에 기증한 세계적인 작곡가 고 윤이상 씨의 흉상이 석 달 째 인천항 물류창고에 방치돼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윤 씨의 고향인 통영시와 민간단체인 윤이상 평화재단이 지난 4월 말 북측으로부터 흉상을 넘겨 받아 지난 6월 초 한국으로 들여왔지만 당시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통일부가 재단 측에 반입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통영시 등이 북측으로부터 윤이상 씨 흉상 반입에 본격 착수한 것은 지난 해 말부터입니다.

과거 여러 차례 윤 씨의 흉상을 제작해 전시했지만 고인의 모습과 다르다는 주위의 지적에 철거해야 했던 통영시는 몇 년 전 시 관계자가 평양에서 열린 ‘윤이상 음악제’에 참석해 현지 윤이상 박물관에 전시된 흉상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돼 지난 해 말 윤이상 평화재단을 통해 이를 복제해 기증해 줄 것을 북측에 요청했었습니다.

이에 북측은 지난 4월 말 이 흉상을 재단 측에 전달했고, 재단은 이를 개성공단을 통해 육로로 반입하기 위해 정부에 반입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 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육로 통관 절차가 복잡해 반입이 여의치 않자 재단 측은 흉상을 남포로 옮긴 뒤 선박을 이용해 지난 6월4일 인천항으로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5월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바람에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통일부는 북측의 도발과 국민여론을 감안해 지금까지 반입 승인에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과거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던 윤 씨에 대해 이념적 판단을 내린 때문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윤이상 씨 자체에 대한 평가 때문이었다면 4월 달에도 승인할 이유가 없었던 건데 그런 평가 때문이었던 것은 아니고요, 6월 초라는 시기가 핵실험 직후고 그래서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조금 상황을 보는 게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던 거죠.”

통일부는 이 때문에 윤이상 평화재단 측에 반입 승인 신청을 당분간 미뤄 달라고 요청했고, 사실상 통일부의 승인이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단 측도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윤이상 평화재단 신계륜 이사는 “흉상 반입은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문화적 활동일 뿐”이라며 “통일부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신 이사는 이 문제를 자신이 속해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에 보고했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따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에 보고도 했고요, 그리고 당무위에서 이번에 거론을 했습니다. 외무통상위원들께 이 자료를 드렸고요, 이것들이 통일부의 조치가 정서에 맞는 것인지 의원들이 아마 국정감사에서 여러 가지 따지고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석 달 째 이유 없이 반입불허하고 있는 것이 옳지 않다, 이런 결론을 내리시길 바라는 겁니다.”

윤이상 씨가 생전에 연루됐던 동백림 사건은 지난 1967년 한국의 국가정보원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간첩단 사건입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의 한국 유학생과 교민 등이 동독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며 간첩교육을 받고 대남 적화활동을 폈다며 당시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세계적인 음악가로 명성을 얻은 작곡가 윤이상 씨 등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윤이상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 유럽 음악인들과 독일 정부의 항의로 2년 만에 석방됐습니다.

이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지난 2006년 1월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한국 정부가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해 범죄사실 등을 확대 과장했다고 밝히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의 불법연행과 가혹 행위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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