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들, 북한 우라늄 농축기술수준에 엇갈리는 견해


북한은 지난 4일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미국 내 핵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우라늄 농축작업을 시작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 수준에 대해 엇갈리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현재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수준은 초기 단계일 뿐이며,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몇 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1990년대에 파키스탄으로부터 소량의 원심분리기를 도입했고 일부 관련 장비도 구매해 우라늄 농축 작업을 시작한 것은 확인됐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작업이 사실상 중단상태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따라서 우라늄 농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북한측 주장 보다는 우라늄 농축작업이 시작단계라는 북한의 지난 6월 달 주장이 더 일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은 원심분리기 관련 장비 등을 구매하는 등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춘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제적 제재를 피해 필요한 장비들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는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일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작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핵 전문가인 찰스 퍼거슨 연구원은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고 우라늄 농축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만큼 많은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이 보유한 것과 같은 원심분리기를 수 천 개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원심분리기는 수 십 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북한 측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소재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의 핵 전문가인 신성택 박사는 북한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AQ 칸 박사의 도움으로 이미 1-2년 전에 상당한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 그간에 AQ칸이 실물 원심분리기 23대 북한에 제공했다고 정보에 나와 있잖아요. 북한은 그 동안 연구해 온 것을 가지고 그 설계도에 의해서 그대로 카피를 했죠. 여러 대를 만든 거죠. 대량복제를 한 거죠. 원심분리기는 의미 있는 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1천대 가량 필요하니까요.”

신 박사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된 1백50t의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통해 약 1천 여 대의 원심분리기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그렇게 복제된 원심분리기를 통해 지금까지 우라늄 농축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신 박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한 것은 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서 핵 폭탄까지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현 단계에서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두 세 달 안에라도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해병대 지휘참모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이 파키스탄에 노동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원심분리기와 관련 설계도를 입수해 우라늄 농축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마무리 단계를 넘어 이미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올해 초 한국의 조선일보가 익명의 한 한국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영변 원자로 근처의 평안북도 서위리 지하에 소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중이라고 보도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이 시설이 적어도 2-3년 동안 가동된 지금은 농축 우라늄 생산에 아주 근접했거나, 아니면 이미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단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벡톨 교수는 이제는 북한이 농축 우라늄으로 만들어진 핵무기를 이용해 3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북 핵 6자회담에서 풀루토늄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농축 우라늄 문제를 외면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