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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 실태 보도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벌목공들의 실태가 최근 영국의 `BBC 방송’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방송 속의 벌목공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임금을 착취 당하고 있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아무르 산간 지역 틴다 시에 소재한 한 벌목장.

사망한 김일성 북한 주석을 찬양하는 대형 기념물과 ‘김일성 주체 연구실’을 뒤로 하고 숲 깊숙이 들어가자 고물 트랙터 한 대와 맨 손으로 통나무를 정리하고 있는 북한 벌목공들이 나타났습니다.

벌목공들은 작업장 근처의 바퀴 달린 이동식 숙소 안으로 기자를 초대했지만 경계를 풀지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한 명이 한 달에 2백 달러 정도 번다고 말을 하자 다른 벌목공이 황급히 말을 자릅니다.

벌목공 2> “찍는다 이거 다. 음성 다 들어가고 있어 찍는다고.”

작업장에서 만난 다른 벌목공은 지난 5월부터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벌목공 3> 이 벌목공은 돈도 받지 못하는데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자 그저 웃습니다.

현지 러시아인 벌목 사업자 세르게이 사르나프스키 씨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벌목공들은 1년에 단 이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일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르나프스키 씨는 북한 정부와 공산당을 위해 일하는 벌목공들이 생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지도원부터 노동자까지 모두 처벌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영하 30도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 이어지는 고된 노동을 견디지 못해 지난 20년 간 수 천 명의 북한 벌목공들이 작업장을 이탈했다고 `BBC 방송’은 밝혔습니다.

1990년대에 탈출한 한 벌목공은 허기진 상태에서 혹독한 추위 속에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벌목공은 벌목한 나무가 쓰러질 때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며, 눈 앞에 다가오는 나무를 보면서도 너무 추워 움직이지 못해 사고를 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벌목공은 또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며, 자신은 이제 기독교인이고 사상이 변했기 때문에 북한에서 총살 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인 수 십 명을 보호하고 있는 스베트라나 가누슈키나 씨는 탈출한 뒤 북송 된 벌목공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다 못해 수용소에서 자살한 사례들을 알고 있다며, 남은 가족들은 최하층민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벌목공들이 피와 땀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모두 북한 당국에 직접 지불됩니다. `BBC 방송’은 북한 정부기관인 ‘제2임업연합소’가 벌목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윤의 35%를 취하고 나머지는 자본을 투자한 영국계 ‘러시아 목재 그룹(Russian Timber Group)’이 차지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제2임업연합소는 현지 벌목으로 한 해 7백만 달러를 벌어들입니다. 방송은 이 중 노동자 개개인에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목재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리오 햄브로 씨는 “북한 근로자들과 거래하는 것이 회사 홍보에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자사 상품이 중국과 일본에서 좋은 가격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일할 준비가 된 북한 근로자들을 계속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햄브로 씨는 북한 근로자를 공급하는 업체에 러시아의 근로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감사도 한다며, 그러나 벌목공들의 임금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BBC 방송은 북한 벌목공이 30년 전 처음 도착했을 당시에는 러시아도 공산주의 체제였지만 지금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벌목장에서만 붉은 기가 펄럭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그러면서 이 같은 이상한 협력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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