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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TV 상업광고 잇따라


대동강 맥주를 비롯한 북한 회사들이 북한 내 관영 TV를 통해 상업광고들을 잇따라 선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지만 앞으로 이런 상업광고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도 TV 상업광고 시대가 열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일 북한 회사로는 처음으로 대동강 맥주가 TV 광고를 시작한 데 이어 개성고려인삼과 북한의 대표적 음식점인 옥류관의 메추리 요리도 관영 TV 매체를 통해 영상광고를 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는 30일 옥류관의 상품 출시를 앞두고 메추리 구이, 메추리 쌀밥소찜구이, 메추리고기 완자탕 등 이 음식점의 메뉴를 소개하는 광고를 전파에 실었습니다.

“평양냉면으로 세상에 소문난 옥류관에서 메추리 요리를 봉사합니다. 맛있고 영양가 높은 메추리 요리, 어서 오시라 당의 온정 넘쳐나는 옥류관의 메추리 요리 식사실로…”

광고 내용은 배경음악과 함께 새 메뉴의 맛과 영양분, 그리고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3일 메추리 요리가 선보인 것은 “옥류관에 가서야 맛볼 수 있는 이름 난 요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와 메추리 공급 대책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어 TV 광고도 그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7일 시작된 개성고려인삼 광고도 “높은 약리 작용, 60 청춘 90 환갑”이라는 광고 문안을 통해 인삼의 효능을 강조하고, 개성고려인삼을 “북한의 자랑”이라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로이터통신’이 ‘최고 품질의 맥주 중 하나’라고 평가한 대동강 맥주는 발랄한 음악과 함께 특수영상기술까지 사용했습니다.

“우리의 자랑 대동강 맥주…인민생활에 이바지하고 인민들과 더욱 친숙해질 것이다.”

대동강 맥주는 TV 광고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고 일부 광고문구가 북한주민들 사이에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업차 북한에 매달 드나드는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은 TV 광고가 대동강 맥주 판매에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동강 맥주가 요즘 잘 팔린다 그런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그 안에서도, 그리고 기왕이면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맥주를 먹는다 그런 얘기도 들었구요.”

하지만 이런 TV 상업광고의 연이은 출현이 곧바로 북한 당국의 경제개혁, 혹은 대외 개방의 조짐으로 보는 시각은 드뭅니다.

한국 내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는 이런 광고를 독립채산 형태의 북한 내 회사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제한적 변화로 분석했습니다.

“대동강 맥주라든가 이런 회사들도 역시 독립채산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업체의 입장에서는 많이 파는 게 중요하겠죠. 또 그런 것들을 방송국 입장에서 본다면 역시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자신들이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될 것이고 이런 구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 내에서 형성이 돼 오고 있는 상태인데, 그 것이 방송까지 올라갔다, 확장이 됐다라고 봐야죠.”

또 북한에서 TV 광고에 따른 광고료 지급이나 광고제작 방식 등은 시장경제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년 전 남북 합영회사로서 TV 광고를 냈던 평화자동차 박 사장은 “당시 따로 지불된 광고료는 없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북한 회사나 혹은 북한 내 외국 자본이 참여한 회사들의 TV 광고가 소비재를 중심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것이 있다고 해서 무슨 개방을 했다든지 그런 식으로 앞서 가긴 뭣하지만 아무래도 저런 것이 세계적인 대세니까 그런 것을 보고 배우면서 외국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맥주라든지 상품을 선전하기 위해서 방송국에 섭외하고 일정한 대가를 주면서 앞으로도 광고는 계속 나오지 않겠나 싶구요.”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런 광고들을 통해 단기적 생산증대 운동인 ‘150일 전투’에 동원돼 지쳐있는 주민들을 달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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