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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한국 통일장관, 22일 김양건 면담’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2일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정부 출범 이래 줄곧 긴장 상태에 있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앞서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한 북한 측 조문단은 21일 서울에 도착해 빈소에 조문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 통일부는 21일 현인택 장관과 김양건 부장 간 면담 사실을 발표하면서, 양측이 22일 오전 만나기로 하고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인택 장관과 김양건 부장의 만남은 김 부장이 북한의 대남 전략을 총괄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핵심 측근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 문제, 당국 간 대화 재개 방안 등 남북 간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인택 장관은 특히 지난 달 30일 동해상에서 북한 측에 예인된 800 연안호 선원들의 석방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한 6명의 북한 조문사절단은 21일 오후 2시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오후 3시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조문단은 김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 맹경일 아태위 참사, 리현 아태위 참사, 김은주 북한 국방위 기술일꾼 등입니다.

북한 당국자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해 2월 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문단 일행은 공항에서 홍양호 통일부 차관과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의 영접을 받은 뒤 곧바로 국회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 빈소로 이동했습니다.

북측 조문단은 오후 3시53분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평양에서 가져 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김 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하고 조사를 낭독했습니다.

조화는 크고 긴 꽃봉오리를 가진 흰색 꽃을 배경으로 별 모양의 중앙 부분의 위쪽은 진분홍색 김일성화가, 아래 쪽은 붉은색의 김정일화가 박힌 형태로 꾸며졌습니다.

조문단은 추모묵념 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 등 유가족들과 악수를 나누며 위로했습니다.

김기남 비서는 조문단을 대표해 조문록에 '정의와 양심을 지켜 민족 앞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라고 적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빈소가 있는 국회의사당은 물론 북한 조문단이 도착한 김포공항과 숙소인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 그리고 이동 경로 등에 경찰 인력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조문단이 도착한 김포공항과 숙소 주변 등지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정일 정권 타도' `북한의 돈줄 되는 대북사업 규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조문단의 신변안전 등을 고려해 빈소 일정 이외의 다른 일정은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조문단의 신변안전 등을 감안해서 조문단의 빈소 방문 일정만 외부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북한 조문단의 조문이 이뤄지도록 취재와 관련해서 인터뷰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장의위원회에서 요청해왔다는 점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김기남 비서는 빈소 조문 뒤 서울 동교동의 '김대중평화센터'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따로 만났습니다.

김 비서는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여러 나라에서 조문단이 오겠지만 남보다 먼저 가서 직접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한다고 했다"며 "사절단의 급도 높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비서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필 서명한 조의문을 낭독한 뒤 이 여사에게 전달했습니다.

배석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 비서가 만날 사람을 다 만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의원은 김 비서가 이 같은 뜻을 김포공항에 마중 나왔던 홍양호 통일부 차관에게도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비서는 또 "여러 사람이 만나자고 남측에서 요청을 하고 있고 우리도 그럴 준비를 하고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문단 일행은 저녁에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만찬에는 정부 관계자로는 김남식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이 참석했습니다.

이에 앞서 김 비서는 국회에서 조문을 마친 뒤 한국의 김형오 국회의장과도 예정에 없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김 비서는 이 자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미에서 고인의 북남 화합과 북남관계 개선의 뜻을 받들어 할 일이 많다"며 "우리도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김 비서의 대화 의지가 분명하고 한국 정부도 그동안 조건 없는 대화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과도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입니다.

"이들의 면면이 일단 무게감이 있고 현 회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흐름 속에서 뭔가 남북이 직접적으로 나서긴 어려운 상황에서 DJ의 서거가 사실상 가려운 등을 서로 긁어주는 이번 측면에서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북측 사절단이 서울에서 우리 당국자 또는 최고 당국자까지 만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북한 조문단은 22일 오후 2시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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