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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 경제 위기 世態 二題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문) 미국에서는 현재 경제 위기 때문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지면 역시 제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서민들일텐데요, 요즘 미국 언론에서는 불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 국민들의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 참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은데요, 최근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지를 보니까, 돈이 없어서 사망한 가족의 시신을 매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하더군요?

(답) 네, 미국뿐만이 아니라 각 나라에는 검시소란 조직이 있습니다. 이 검시소는 살해되거나 아니면 사인이 명확하지 않는 시신을 검사하는 곳인데요,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지방 정부의 검시소에는 장례 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 가족들이 찾아가지 않고 있는 시신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문) 얼마 전에 나온 엘에이 타임즈지에서 엘에이 카운티 같은 경우 올 회계 연도에 가족이 시신을 찾아가지 않아서, 주 정부가 화장한 시신 수가 그 전 회계 연도에 비해 36%나 늘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만 이런 현상은 비단 엘에이 카운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답) 그렇습니다. 도박의 도시인 라스베가스 시가 위치한 네바다 주의 클라크 카운티도 이런 비율이 작년과 비교해 22%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디트로이트 시가 위치한 미시간 주, 웨인 카운티 의학조사국의 알버트 사무엘 수석 검시관도 자신의 관할 구역에서 이전에는 유례를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이런 현상이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문) 사랑하는 가족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현상,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역시 경제 위기로 찾아온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 장의사 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사망한 성인의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매장하는 데 보통 7천 200달러 정도가 듭니다. 그런데 이 7천 200달러라는 돈은 미국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평상 시에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죠. 더군다나 지금처럼 경기도 좋지 않은 때에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액수인데요?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직장을 잃은 상황이기 때문에, 장례비는 커녕, 당장 끼니 때울 일도 걱정이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나라에서 장례를 대신해 주지 않나요?

(답) 그렇습니다. 보통 주 정부나 카운티 정부에서 무연고 시신이나, 가족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시신을 대신 떠맡고 있습니다.

(문) 최근에는 이런 사례가 늘어서 지방 정부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하더군요?

(답) 네, 그런데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관련 예산도 줄어 들어서 지방 정부의 어려움이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돈이 없어 검시소에 시신을 무한정 안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각 지방 정부는 시신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요, 시신을 매장하기 보다는 비용이 싼 화장을 선택한다고 하네요.

(문) 동양에서는 관혼상제라고 해서 이 장례를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가족과 사별하는 것도 힘들텐데, 죽은 이를 위한 장례 경비가 없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한다고 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그저 미국을 짓누르고 있는 이 경제 위기, 빨리 물러가길 바랄 수 밖에 없군요.

BRIDGE

(문) 다음 소식 들어 볼까요?

(답) 네, 경제 위기와 관련된 소식 하나 더 전해 드릴까요? 미국인들이 경기 침체 때문에 아이갖기를 꺼려해서 신생아 출산이 줄고 있다고 합니다.

(문) 미국인들이 아이를 덜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 처음이라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가 미국 안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의 수를 집계해서 발표했는데요, 작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가 424만 7천명으로 2007년에 비해 2%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인구 1천명당 출산율도 나왔는데요, 이 수가 2008년엔 13.9명이었는데, 2007년의 14.7명에 비해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 합니다.

(문) 역시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구요?

(답) 네, 직장을 잃는 사람이 늘어나고, 직업이 있는 사람들도 언제 어떻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아이를 갖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 지역별 통계를 보니가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출산율이 줄어 들고 있더군요?

(답) 네, 미국 내 50개 주 중에서 40개주에서 출산율이 줄었습니다. 신생아 수 감소가 두드러진 주는 애리조나 주와 캘리포니아 주입니다. 애리조나 주는 2008년 출산율이 2007년에 비해 3%나 줄었네요. 특히나 올해 상반기에는 신생아 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나 줄었습니다. 이번 경제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캘리포니아 주 주민들도 아이 갖는 것을 피했네요. 2008년 캘리포니아 주의 신생아 수, 2007년에 비해 2.6% 감소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렇게 신생아 수가 줄어든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문) 미국 역사에서 경제 위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30년대 의 대공황 시기와 1970년대 중동 국가들이 석유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발생했던 유류파동 기간에도 역대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했습니다.

인간사라는 것이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 한편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식을 듣고 보니까, 이 경제 위기 때문에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어렵고, 또 세상을 떠난 후 영원한 안식을 찾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것 같군요.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것은 돈과는 무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돈이 없으면 이런 일들을 온전하게 처리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조금 씁쓸해지는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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