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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석방, 미 대북제재 국면 전환?


북한에 억류됐던 두 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 국면이 전환될 것인지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재의 제재 국면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두 여기자 석방 이후 미국의 향후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우선 진보 진영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 SSRC의 리언 시걸 동북아협력 안보프로젝트 국장은 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해 대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이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매우 명확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시걸 국장은 김 위원장을 3시간 넘게 만난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핵무기와 미사일 문제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미국은 북한의 열린 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걸 국장은 특히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만을 불러왔다며,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북한과 협상을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 미국에 의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시아재단 산하 미한정책연구소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여기자 석방이 미-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이 것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 문제 등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소장은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면담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미국의 어떠한 대북정책 변화도 이 회담에 대한 분석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북아정책연구센터 소장은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지난 1년 간 취해 온 정책 노선을 수정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미-북 관계에서 중대한 국면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여기자 사건을 핵 문제 등 전반적인 미-북 간 현안에서 분리해 왔으며, 북한은 도발 행위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만큼 미국 정부의 제재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여기자 석방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입지가 넓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이 도발 행위를 할 때마다 미국 정부는 제재를 가할 북한 기업 4~5개를 새롭게 찾아내곤 한다”며 “미국은 제재 대상을 남겨두지 말고 모든 힘과 영향력, 제도를 활용해 지금 당장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에 대한 비난도 있습니다.

공화당의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지난 5일 전화 기자회견에서 “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 방문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용을(credibility) 높이는 행동”이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자가 그런 인정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슬리 의원은 “북한 당국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국민들이 굶어 죽는 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는 `워싱턴포스트’ 신문 기고문에서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문으로 엄청난 선전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또 미국은 이번에 인질 석방을 위해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트렸다고 비난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몇 주 또는 몇 달 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 등 대규모 물질적 보상을 발표한다면, 이는 명백히 이번 석방 협상에서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그러나 만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상징적 조치만으로 여기자들이 풀려났다면 매우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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