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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린턴 방북 계기로 대북정책 논란 가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억류 중이던 여기자들이 석방되면서 자국의 근로자와 선원이 북측에 억류돼 있는 한국에선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다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 여기자 2명이 석방되면서 한국 정부 안팎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와 연안호 선원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5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북 간 현안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단계에서는 여기자 문제가 해결된 것이 유 씨 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단정해서 말씀 드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로서도 이 문제가 유 씨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태도 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에서조차 유 씨 문제 등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에 비판적인 견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단절된 남북대화 채널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우리 정부는 남북 간 대화채널이 단절된 상태에서 북한의 태도가 바뀌기만을 기다려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봐야 합니다. 이제 우리 손으로 5명의 국민을 구해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합니다.”

야당에선 보다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대북 특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대북정책의 전면 수정을 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우리도 8.15를 계기로 해서 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8.15에 대통령이 새로운 북한과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선언을 하고, 그리고 우리도 그런 선언을 한 이후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 단계에선 유 씨나 연안호 문제와 관련해 특사 파견이나 별도의 남북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도 대북정책 전환 여부를 놓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핵 문제와 같은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와 달리 남북한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는데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비핵 개방 3천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큰 틀에서의 정책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비핵 개방 3천이라는 정책 하에서 남북 간에 풀 수 있는 모든 걸 제약하는 그런 사항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좀 큰 틀에서 포용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이 지속된다면 유 씨 문제 제2, 제3의 연안호 문제 이런 것이 발생할 확률도 낮아지고 설령 그런 사건이 발생해도 핫라인이 있기 때문에 해결 확률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좀 더 통 큰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저는 그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반면 통일연구원 서재진 원장은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을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 빚은 결과로 보고 기존 대북정책의 수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북한의 대미정책이나 대남정책을 포함한 일종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지난 1년 전부터 추진해 온 것이기 때문에 이게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어떻게 바꾼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미국의 여기자 석방 문제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치는 것은 너무 좀 큰 비약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클린턴 방문을 계기로 미국하고만 대화하고 한국은 배제한다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술을 적극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얼마나 긴밀한 사전협의가 있었느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핵심 당국자는 “한-미 두 나라 사이에 여기자 억류 문제 발생 이후 관련 동향을 계속 협의해 왔고 클린턴 방북도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이번 방북은 여기자 송환을 위한 인도적 목적의 개인적 방북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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