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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흑인교수 체포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지영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문) 최근 미국에서 저명한 흑인 교수가 백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한 발언을 둘러싸고 경찰 측의 집단 반발이 일어나자 자신의 용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며 신속한 수습에 나서면서 일단락 지어진 듯한 분위기이긴 한데요? 한 지역의 흑인 교수 체포 사건에 왜 오바마 대통령까지 등장하는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부지영기자 우선 이번 사건의 전말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 네. 지난 16일, 저명한 흑인 학자이자 하바드 대학교 교수인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가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게이츠 교수는 매사추셋츠 주 캠브리지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현관문이 잘 열리지 않아 고생하는데요. 이를 본 이웃 주민이 도둑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커집니다.

(문) 이 때 도착한 경찰이 바로 제임스 크로울리 경사죠? 크로울리 경사가 게이츠 교수를 체포하기에 이르는데, 체포 과정과 관련해서 두 사람의 얘기가 서로 다르더군요?

(답) 네. 게이츠 교수는 자신이 집 주인이라고 밝혔는데도 크로울리 경사가 계속 신분증을 요구하며 허락도 없이 집 안으로 따라 들어왔다며 분개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신분이 확인됐는데도 체포됐다며, 단순히 흑인이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게이츠 경사는 신분증을 요구한 것은 업무 규정에 따른 당연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는데요. 게이츠 교수에게 집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하자 “내가 흑인이기 때문에 그러냐?”면서, 게이츠 교수가 흥분해 고함를 지르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웃 주민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집 밖에서까지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치안문란 혐의’로 체포했다는 겁니다.

(문) 공교롭게도 게이츠 교수는 흑인 문제 전문가잖아요?

(답) 그렇습니다. 게이츠 교수는 크로울리 경사의 행동은 아무리 해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요. 이번 사건은 흑인들이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있는 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흑인이 경찰에 대항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참지 못해 벌어진 일이란 건데요.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인종 차별은 여전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을 미국 내 인종차별을 알리는데 이용하겠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크로울리 경사는 도발적인 행동을 한 사람은 게이츠 교수였다며,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말다툼을 한 것이 아니라, 게이츠 교수가 일방적으로 화를 냈다는 얘긴데요. 원하지 않는 관심을 받게 될 게 뻔하기 때문에 게이츠 교수를 체포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게이츠 교수가 현관 밖으로 나와서도 계속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언성을 높였기 때문에 체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문) 경찰은 며칠 뒤에 게이츠 교수에 대한 혐의를 취하했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때문에 이번 사건은 확대된 감이 있는 것 같죠?

(답) 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2일 의료개혁과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확실한 정황은 모르지만 캠브리지 경찰이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집 주인이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경찰이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것은 잘못이란 건데요.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경찰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건데요. 당시 상황을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경솔한 반응을 했다는 것입니다.

(문) 당사자인 크로울리 경사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았나요?

(답) 네. 오바마 대통령이 동네 문제에 참견한 건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사건의 정황을 확실히 모르면서 그런 발언을 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고요. 게이츠 교수에게 사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거죠.

(문)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의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된 이후에도 이 발언을 견지하는 입장을 보였는데 파문이 확산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거군요?

(답) 네. 오바마 대통령은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지팡이에 의지하는 중년 남성을, 그것도 그 사람의 집에서 수갑을 채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금요일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돌연 나타나서, 용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렇게 된 데는 자신의 책임도 있음을 인정했는데요. 캠브리지 경찰이나 크로울리 경사를 헐뜯는 듯한 인상을 준 것 같다며,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교수와 크로울리 경사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는데요. 크로울리 경사가 세 사람이 백악관에 모여 맥주 한 잔 하면서 서로 앙금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게이츠 교수가 이를 받아들였죠. 워싱턴 시간으로 30일 저녁 6시에 세 사람이 백악관에서 만난다고 합니다.

(문)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는 것 같아 다행인데요.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된 미국의 레이셜 프로파일링 (racial profiling), 경찰의 인종차별 검문 관행을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군요?

(답) 네.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심문할 때 흑인이나 유색 인종을 차별한다는 건데요. 1990년대에 경찰이 고속도로에서 마약관련 단속을 하면서 운전자가 단순히 흑인이란 이유로 심문을 한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거졌습니다. 그 동안 이와 관련해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문) 이번 사건은 인종차별 사건이 아니라, 경찰의 권력남용 사건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답) 네, 치안문란 혐의 때문인데요. 이 혐의는 경찰이 동네 평화를 해치거나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을 체포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의 경우, 이 혐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치안문란 혐의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법률학자 유진 오도넬 교수는 치안문란 혐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는 법규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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